[기자수첩] 영화 기생충 돌풍, 김구의 ‘문화강국’론
2021-02-12 윤인주 기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 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바로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에 나왔던 글귀다. 김구 선생은 ‘문화강국론’을 꺼내들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문화강국론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지 못했다. 1960~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이 유행하고, 1980년대 홍콩 영화가 전세계를 강타할 때에도 과연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어야 했다. 하지만 2000년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한 극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변국인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과연 우리처럼 문화강국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여부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를 이뤄냈고, 대통령을 폭력 없이 탄핵을 시켰던 국민이다. 그야말로 다이나믹한 환경을 살고 있다. 반면 중국이나 일본은 사회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의 발전은 ‘다양성’ 혹은 ‘다원화’에서 나온다. 수많은 목소리가 ‘합법적인 제도’ 하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발현될 때 문화는 발전한다. 일본이나 중국은 수많은 목소리를 ‘합법적인 제도’ 하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발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거치고 민주화를 거치고, 그리고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수많은 목소리를 ‘합법적인 제도’ 하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발현시켰다. 이런 토양이 방탄소년단(BTS)와 영화 기생충을 낳았다. 블랙리스트라는 문화계의 압박 속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문화강국을 이뤄낸 것이다. 앞으로도 문화강국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목소리를 ‘합법적인 제도’ 하에 다양한 방법으로 발현시키게 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적인 잣대로 문화예술작품을 예단하는 그런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예술작품은 예술작품일 뿐이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그것은 문화강국에서 퇴보하는 길이 된다. 홍콩과 일본이 한때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