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11조 7천억 추경, 변수 ‘셋’
2020-03-04 이성민 기자
소비쿠폰 3조원 등
추경안을 살펴보면 세출예산 8조 5천억원이고 나머지 3조 2천억원은 감염벼응로 인한 세수 위축, 경기지원 대책에 반영된 세제지원 등을 고려한 ‘세입경정’ 분이다. 감염병 방역체계를 보강하는데 2조 3천억원,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2조 4천억원, 소비쿠폰 등 소비 여력 높이는데 3조원, 대구·경북 지역경제 살리는데 8천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또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업종·분야별 긴급지원대책 4조원, 종합대책 16조원 등 총 20조원 규모의 피해극복, 경기대응 대책을 우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추경까지 포함하면 정부 지원 규모는 31조 6천억원이다. 예산 투입, 세제지원 확대 등 재정 지원 규모만 15조 8천억원이고 이번 추경 외에도 예비비 1조원, 세제지원 1조7,000억원, 기금 자체변경 2조원 등의 방식으로 지원을 해 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피해극복과 모멘텀 살리기, 당장의 방역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소비진작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가 진행되면 타격이 너무 크기에 소비진작 방안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변수 1. 코로나 사태 진정 시기는
하지만 추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코로나 사태 진정 시기다. 정부는 소비쿠폰 등을 통해 소비를 진작 시켜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소비쿠폰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그러자면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하루에 확진자 증가폭이 500여 명 정도되는 상황에서 추경을 처리한다고 해도 소비가 진작되기는 힘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도 경제적 상황으로 볼 때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하지만 코로나 창궐한 이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별다른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돈이 없어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가 두렵기 때문에 소비를 꺼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소비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다.변수 2. 빠른 처리 필요
또 다른 변수는 추경을 얼마나 빨리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5일 국회에 제출해서 17일까지 처리를 한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 역시 추경 처리에는 긍정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17일까지 추경이 처리가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는 정부의 시정연설을 청취한 뒤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환경노동위 등 추경 관련 12개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처리 절차를 밟는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당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18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을 살펴보면 이 시간보다 더 빠르게 단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일각에서는 결국 임시국회를 추가로 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임시국회가 다시 열릴지는 미지수다.변수 3. 여야, 추경안 바라보는 시선 달라
미래통합당도 추경 처리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한 지원 방안을 추경에 담았다. 또한 코로나 극복을 위한 각종 방안 역시 추경에 담았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이들 중 상당수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추경이라고 판단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정밀심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엉뚱한 것, 총선용 선심성 예산을 끼워 넣으면 안 된다. 코로나19 관련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선용 선심성 예산과 코로나 관련 예산의 구분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또한 코로나 추경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경제를 살려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따라서 선심성 예산과 코로나 예산 사이에서 여야의 시각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고, 이것은 앞으로 여야의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