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석유 전쟁 발발, 수요보다 공급 더 많아

2021-03-27     남인영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국제 원유 시장이 공급과잉이 이뤄지면서 전세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앞으로 국제유가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쟁적으로 증산에 나서면서 국제유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장고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관련 산업 역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로 원유 수요 급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석유의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의 월간수급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석유제품 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휘발유(-5.9%)와 경유(-4.7%), 항공유(-4.4%), 벙커C유(선박용·-22.3%) 소비가 일제히 줄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다. 당장 인구의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면서 휘발유나 항공유 등의 수요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구가 가장 많은 북반구는 겨울을 지나 여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난방용 석유의 수요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와 러시아 간 석유 전쟁으로 시장에 원유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은 이달 초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한 후 경쟁적으로 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사우디,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등은 일평균 400만 배럴 이상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사우디에 증산 중단 압박

이에 결국 미국은 사우디에 증산 중단 압박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전화통화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기에 주요 에너지 리더이자 G20의 리더인 사우디가 위기에 대처하고 세계 에너지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진정한 기회를 얻었다”면서 증산 중단을 요청했다. 사우디가 증산 계획을 철회한다면 유가는 3월초 이전 수준으로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이 사우디에 요청하고 나선 것은 미국 셰일가스 업계의 70%가 파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우디 등 중동산 석유 가격이 하락으로 인해 미국 셰일가스 업계는 마진을 제대로 못 맞추면서 파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미국 셰일가스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나선 것이다.

저장소 수요는 증가

반면 전세계적으로 석유 저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IHS마킷에 따르면 러시아는 8일, 사우디아라비아는 18일, 미국은 30일까지만 원유를 추가로 비축할 수 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이틀이 지나면 원유저장고가 가득 찬다. 반면 코로나는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고, 종식이 되면 그에 따른 석유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 따라서 가격이 떨어진 원유를 비축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빨라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원유를 운반하고 저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우리나라 빅3 조선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선주들 입장에서 코로나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고, 그에 따른 석유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으니 그 이전에 저렴한 원유를 구입해 비축해 뒀다가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그때 판매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느 결국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조선 수주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