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일본 코로나 긴급사태 선언, 한국 영향은

2021-04-08     남인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도쿄를 비롯한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산업계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해외로 수출해왔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이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의 부품소재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부품소재 독립선언을 해왔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방역보다는 경제에 초점 맞춰진 긴급선언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7일 도쿄도, 사이타마(埼玉)현, 지바(千葉)현, 가나가와(神奈川), 오사카(大阪)부, 효고(兵庫)현, 후쿠오카(福岡)현을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발령했고, 내달 6일까지 1개월간 적용된다. 문제는 이날 긴급선언이 단순히 코로나 사태에 대한 방역 차원이 아니라 경제적 긴급선언 성격을 강하게 띄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경제는 전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한 위기감을 갖고 고용과 생활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시 각의(閣議·우리의 국무회의격)에서 결정한 코로나19 대응 긴급 경제대책의 사업 규모는 108조엔(약 1천200조원)이다. 대체적으로 다른 나라의 긴급선언은 방역과 함께 경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아베 총리의 긴급선언은 주로 경제에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역에 대해서도 대인 접촉을 줄여야 한다는 정도의 당부만 있을 뿐이지 의료 체계를 어떤 식으로 정비하고 확진 검사는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

장기화 가능성은 높아지고

문제는 일본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를 통해 “유엔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 밀도는 1㎞ 당 348명으로 미국(35명), 이탈리아(206명) 등 코로나19 확산이 컸던 국가들에 비해 높아 확진자 수 발생 확률도 높다”면서 장기화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일본이 확진자 숫자를 줄이거나 검사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즉, 이미 코로나가 확산할대로 확산해 있는데 일본 정부가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확진자 숫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감염을 선택했던 스웨덴도 뒤늦게 촘촘한 확진검사로 전환하면서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고 있다. 그런데 고령사회인 일본에서 확진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본에 코로나가 만연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기화에 따른 일본 경제의 위축

이에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 경제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 연구원은 7개 지역에서 한달간 경제활동의 제약이 생긴다면 일본 연간 GDP는 3.9%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해당 지역들은 일본 내 자동차, 기계 등 산업단지 중점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들 지역이 한달간 경제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된다면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날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방역이 아닌 경제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공포 보다는 경제 위축에 따른 공포가 아베 총리에게는 더 무서웠던 것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본 경제가 위축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 가공 조립해서 해외에 완성품을 판매하는 산업구조를 가져왔었다. 이런 점을 본다면 일본 경제가 코로나로 인해 위축될 경우 부품 소재 조달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완성품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이 막혀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지난해 일본과 무역분쟁 이후 한국의 부품, 소재 산업들의 탈일본화 흐름 등으로 이번 조치에 따른 우리나라 산업경기 둔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탈일본화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업에 영향을 과거처럼 직접적으로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