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예견된 WHO-트럼프 갈등, 방역 대신 정치 공방

2021-04-10     남인영 기자
강경화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코로나19 발병 100일을 맞이한 9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의 갈등은 목불인견(目惟恐見 : 눈 뜨고 볼 수 없는)이다. 하루에도 수만명의 확진지가 발생하고, 수백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WHO와 미국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책임 공방을 벌이기 때문이다. 특히 WHO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HO가 앞으로 어떤 운명에 놓이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WHO 사무총장의 공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가 중국 중심적”이라면서 WHO에 대한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WHO가 중국에 우호적으로 움직이면서 코로나 방역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미국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바이러스를 정치화하지 말라”면서 “더 많은 시체 포대를 보기를 원하느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WHO가 낯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미국과 WHO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분위기다. WHO의 늑장대응, 감염 위험성을 애써 축소한 미국의 판단 착오 등이 그 이유이다.

예견된 팬데믹

전세계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은 예견된 팬데믹이라는 평가다. 미국이나 WHO 모두 늑장 대응을 하면서 코로나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책임의 경중을 따진다면 미국보다 WHO에게 더 있다는 평가다. 왜냐하면 WHO는 세계 방역을 담당하는 보건기구이기 때문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중국을 우회적으로 두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한에서 발발한 코로나이지만 ‘우한폐렴’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미국을 압박한 것이나, 중국인 출입 금지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팬데믹 선언을 늦게 한 것 등은 WHO가 중국을 두둔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재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코로나 대유행의 책임을 WHO로 돌리는 듯한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WHO 사무총장이 “바이러스를 정치화하지 말라”는 발언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WHO의 쇄신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WHO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WHO의 정치적 공방은 차지하고서라도 이번 코로나 대응에 대해 WHO가 늑장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WHO가 이번 코로나 대응과 같은 대응을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각에서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차라리 WHO 사무총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WHO 폐지하고 우리나라 질본을 세계기구로 격상시키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가 전세계적인 표준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대해 WHO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