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리뷰] 죽기 전에 리더가 읽어야 할 52권 14주차 사기
사마천, 역사에는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다.
2020-04-17 김진수
1. 동양 역사서의 근간, 인간학의 보고(寶庫)
동양뿐 아니라 세계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사기(史記)’는 사성(史聖) 사마천(司馬遷)이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의 유언에 따라 완성한 역사서. 전설 상의 황제(黃帝) 시대부터 자신이 살았던 한 무제(漢武帝) 때까지 2000여 년을 다루었다. 특히 주나라가 붕괴되면서 등장한 제후국 50개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칠웅(戰國七雄), 즉 진(秦)을 비롯한 한(韓)·위(魏)·제(齊)·초(楚)·연(燕)·조(趙) 등의 흥망성쇠 과정을 주축으로 한 인물 중심의 통사다.
역사 속에 명멸해 간 제왕과 제후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을 ‘사기’에 담았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치열한 생존싸움을 파헤친 인간학의 보고(寶庫)이다.
‘사기’는 ‘기전체’형식으로 정확한 기술과 역사관으로 동양 역사 서술의 기본이 되며, 행간에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문학서이자 백과전서과 같다.
2. 사마천은 누구인가?
‘사기’는 다른 역사서들과는 달리 국가가 아닌 개인의 노력으로 탄생한 대작으로서자 사마천의 삶과 ‘사기’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사마천의 출생 시점은 분분한데 대체적으로 기원전 145년에 태어났다고 본다. 자는 자장(子長)이며 용문(龍門,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한성시(韓市政))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은 한 무제 때 사관인 태사령(太史令)에 임명된 역사가였다. 나이 스물여덟에 사마천은 낭중(郎中)이 되었다. 낭중은 한나라 관료 체계에서 낮은 등급에 속했지만 한 무제는 순행(巡幸- 임금이 나라 안을 살피기 위해 돌아다님)과 봉선(封禪- 중국의 천자가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내던 일) 의식에 사마천을 데리고 다닐 만큼 무제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마천의 나이 서른여덟에 태사령이 된다.
그런데 사마천은 한 무제의 눈 밖에 나면서 크나큰 시련을 맞게 된다. 한나라의 장수 이릉(李陵)이 군대를 이끌고 흉노와 싸우다가 흉노에게 투항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두고 이씨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한 것이라 하지만 사마천만은 그의 투항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이릉을 변호하여 결국 무제의 노여움을 사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 중 하나였다. 첫째, 법에 따라 주살될 것, 둘째, 돈 오십만 전을 내고 죽음을 면할 것, 셋째, 궁형을 감수할 것. 사마천은 거액이 없기에 마지막 것을 선택했다. 목숨만이라도 부지하여, 역사서를 쓰라는 부친의 유지를 받들기를 택한 것이다.
궁형의 처절한 고통을 체험한 사마천은 아버지의 유언을 받든 지 20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 완성한다.
3. 한 인간이 치욕을 딛고 일어선 성공과 실패, 인간과 역사의 모든 것
‘사기’는 모두 130권 52만 6천 500자로 이루어진 역사서다. 책의 집필 목적을 “지난날 일어났던 일들을 되돌아봄으로써 그 시작과 끝을 종합해 흥망성쇠의 이치,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지금의 변화를 통찰”하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마천이 택한 방식은‘사필소세(史?昭世)’정신, 즉 ‘역사가의 붓이 세상을 밝힌다’는 특유의 사관(史觀)에 있다. 세상은 저절로 밝은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에게 세상은 결코 선한 사람이 복 받는 정의로운 곳이 아니다. 백이와 숙제, 안연 같은 착한 사람이 지독한 고통을 받고 도둑과 같은 악인이 복을 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 왜 '영웅' 항우가 아닌 '시정잡배' 유방이 천하를 얻었는가?
항우는 자신이 지닌 걸출한 힘과 재주만 믿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기보다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편을 선호했다. 반면, 유방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외에 별다른 재주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래서 유방은 늘 독단적으로 행동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애썼다. 이러한 두 사람의 기질 차이는 천하의 인재들이 자신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사기 인문학’ 한정주|다산초당 -
2) 싸우지 않고 적을 물리치는 필승의 비법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워지지 않는다. 반대로 적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백 번 싸워서 단 한 번도 위태롭지 않은 적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무수한 문제들을 마주합니다. 그러한 상황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객관적인 현실 판단이지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지 알아야, 송나라 양공처럼 승리를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전쟁터에서 어쭙잖은 인의로 커다란 패배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 ‘사기 인문학’ 한정주|다산초당 -
3) 먼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힘이 없는데 덕만 앞세우면 사람들은 겉으로는 존경하면서도 속으로는 나약하고 무능하다며 업신여기게 마련입니다. 반면 힘이 있으면서 덕이 없으면 겉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속으로는 난폭하고 잔혹하다며 증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목공처럼 힘이 있으면서도 덕까지 갖췄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겉으로는 두려워하지만 속마음으로는 존경하게 됩니다. 사마천은 바로 이러한 리더십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는 진정한 리더의 덕목이라고 말합니다.
- ‘사기인문학’ 한정주|다산초당 -
4) 휘둘리지 않고 부를 다스리는 법
사람들은 대개 한두 가지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면 그 방법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같은 방식만 고집하다가 실패의 늪에 빠지기도 합니다. 범려와 백규의 부자 되는 비결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모두 현실의 변화를 먼저 살펴, 기민하게 방법을 달리해 계속된 성공을 거뒀습니다. 때에 따라 변하고 유동하는 흐름을 좇아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성공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바로 범려와 백규처럼 말입니다.
- 사기인문학 -
부의 비결은 재물은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그 재물을 모으는 과정만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으면,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는 것이지요.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이라면, 기회의 평등만큼은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회, 평등한 사회로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사기인문학’ 저자 한정주|다산초당 -
5) 여태후가 보여주는 권력의 본질
여태후는 몹시 잔혹한 면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탁월한 정치가이기도 했습니다. 남성 중심 사회였던 고대에 여성으로 살아야 했지만, 역사 속 그 어떤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훌륭하게 천하를 다스렸다는 것이 사마천이 전하려고 한 여태후의 진실입니다. 심지어 사마천은 정치가로서 그의 능력이 천하를 통일한 유방보다 뛰어났다고 평가했습니다. 백성들이 전국시대의 혼란과 고통에서 벗어난 것이 여태후의 시대였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기 인문학’ 저자 한정주|다산초당 -
4. 리더에게 던지는 말
큰 실패는 무능한 사람이 아니라 유능한 사람이 겪는다.
성공을 경계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찾아온 기회는 절대 놓치지 말라
자기 단점을 아는 사람이 마지막에 웃는다.
외부 인재 영입을 두려워 말라
방심을 경계하고 때를 기다려라.
적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라
적의 적을 이용하라 부하의 실패에 관대해져라
지나치게 엄격하면 규율이 무너진다.
때로는 다스리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
상대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좌절을 돌파해서 위대한 삶으로 승화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