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홍콩발 금융허브 도시 쟁탈전, 서울은
2021-06-03 윤인주 기자
흔들리는 홍콩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미국은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는 뜨승ㄹ 보였다. 홍콩은 1992년 중국에 반환되고도 미국의 비자 발급, 투자 유치, 법률집행, 외환 등에서 중국 본토와는 별도의 특수 지위를 누렸다. 이에 세계 100대 은행 중 70여곳이 아시아 거점을 홍콩에 뒀다. 전세계 은행이 홍콩에 거점을 두는 이유는 대중국 진출을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익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특별 지위를 박탈하게 될 경우 관세와 수출 규제 등 까다로운 제약이 홍콩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에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을 거점에 둘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벌써부터 글로벌 기업이나 은행은 홍콩이 아닌 다른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유력한 도시는 싱가포르
글로벌 금융업계가 주목하는 지역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법인세가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 평균 23.4%보다 낮고 홍콩(16.5%)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권 국가이면서도 중국 화교가 경제를 담당하고 있다. 이미 홍콩의 상당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전세계 유력 은행들이 싱가포르에 관심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 도쿄 역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홍콩에서 도쿄로 관심을 두는 기업들은 헤지펀드 회사들이다. 도쿄 역시 헤지펀드 회사를 직접 방문해서 각종 혜택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일본 도쿄는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마련하기 쉬운 지역은 아니다.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가 긴밀히 밀착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영어권 국가도 아니고 중국어권 국가도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나 은행들이 홍콩 대신 도쿄를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도 거론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역시 서울을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서울의 국제금융허브 경쟁력 순위는 2018년 이후 3년째 30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 현재로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뒤쫓아가기에 버거울 정도이다. 다만 최근 들어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 G7 회의를 참석해달라면서 초청장을 보냈고, G7 회의도 G11으로 확대할 뜻을 보이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또한 대북 문제도 북미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져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면 종전선언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안전이 이뤄지게 된다면 대북 불안은 가라앉게 되면서 금융허브로서 매력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서울은 중국으로 진출하고, 러시아로 진출하고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가 찾아오면 북한으로 진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중국, 하이난성에 집중 투자
반면 중국은 홍콩 대신 하이난성을 ‘자유무역항구’로 만들기로 함에 따라 제2홍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성에 관광과 비스니스 비자 요건을 낮추고 개인과 기업에 대한 소득세율을 15%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이난 섬은 면적이 홍콩의 30배에 달하고 인구는 950만명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하이난에 2035년까지 무역과 투자, 인구·자본·데이터 이동 등 측면에서 자유가 보장되고, 자동차와 선박, 항공기, 원자재 등 일부 수입 상품들은 관세가 면제된다. 다만 하이난성이 자유무역의 핵심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제2 홍콩’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