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롯데 신동빈, 신격호 유언장 공개 초강수

2021-06-24     채혜린 기자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롯데家 형제들의 싸움이 종지부를 찍을 모양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안건이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이런 가운데 신동빈 회장 측은 신격호 선대회장의 유언장까지 공개되면서 사실상 한일 경영권 모두를 차지하게 됐다.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소송 등을 계속 제기해왔지만 신동빈 회장 측이 신격호 선대회장 유언장까지 공개를 하면서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신동주의 실패한 반격

24일 일본 도쿄에서는 신동빈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됐다. 또한 롯데홀딩스는 7월 1일부터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사장 및 CEO로 선임했다. 츠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게 된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우리나라와 일본 롯데의 실질적 단일 대표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신격호 선대회장의 역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평가된다. 신동빈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님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면서 롯데그룹을 이끌어나겠다는 뜻을 보였다.

신격호 유언장 공개

그러면서 신격호 선대회장 유언장을 공개했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신격호 창업주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창업주가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이 동경 사무실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해당 유언장은 故 신격호 창업주가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 및 서명해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해왔던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됐던 사무실 및 유품 정리가 최근 이뤄지면서 발견됐다. 일본 법원에서는 상속인들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 유언장에는 롯데그룹(한국, 일본 및 그 외 지역)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이후 롯데 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유지(遺旨)가 담겨 있었다.

신동주 “롯데 안정화 위해 힘쓸 것”

주총 이후 신동주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도 롯데그룹 경영 안정화를 위해 지속해서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주제안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로서 롯데그룹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게 하기 위한 제안임과 동시에,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그룹의 준법경영을 이끌기 위한 기본적인 요청 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일본 회사법 854조에 의거하여 해당 사안에 대한 소송 진행도 고려 중으로, 향후 롯데그룹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주 회장이 이처럼 소송 진행 의사를 밝히면서 롯데 형제 간 분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승리를 거머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신동주 회장이 주주총회를 계속 열어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겠지만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선대회장 유언장을 공개함으로써 정당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신동주 회장이 힘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