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돈으로부터의 자유] 6월 30일 운수 좋은 날

2021-06-30     김진혁

돈 없는 젊은이는 되어도 돈 없는 노인은 되지 마라.

- 윌리엄스 -

[파이낸셜리뷰]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은 생을 마감할 때 무엇을 남겨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1920년대 인력거꾼 김첨지는 그날따라 밖에 나가지 말고 자신의 곁에 있어 달라고 떼쓰는 병든 아내를 뿌리치고 거리에 나온다. 그의 아내는 기침을 쿨럭 거리는 것이 달포가 넘었고, 열흘 전 돈을 얻어 조밥을 해 먹고 체하여 병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김첨지는 돈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무척 운수가 좋아서 다른 날보다 많이 벌었다. 기분이 좋아진 김첨지는 아내가 좋아하는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내는 이미 죽은 뒤였다. 크게 낙담한 김첨지는 “이 원수 같은 돈! 이 육시를 할 돈!” 하고 술김에 돈을 집어던진다. 김첨지는 아내가 죽던 날 눈물 그렁한 눈으로 일찍 들어오라던 아내의 간청도 못 지킨 설움에 좌절하고 낙심했던 것이다. 병든 아내를 위해 번 돈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 운수 좋은 날에 졸지에 비운이 다가온 것이다. 어느 시대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말은 부자는 운이라기보다는 부의 법칙과 사회의 변화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역사학자 파킨슨 교수는 말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부자가 된다는 것은 오해이다. 부자와 빈자의 최대변수는 수입이 아닌 지출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득에 따라 씀씀이도 늘기 때문이다. 소득이 적어도 지출을 통제해 소득의 일정부분을 저축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김첨지의 지출 형태를 보면 그가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이 조금 벌리면 바로 친구를 불러 술판을 벌린다. 이것이 일종의 낙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돈을 그저 운수가 좋아 벌었다는 생각하는 자세가 온당치 못하다.

♣ 국부펀드(sovereign fund)

주로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국내외 자산에 투자·운용하는 국가보유투자기금을 말한다. 국부펀드는 운용목적이나 투자자산 선택 등에서 사모펀드, 연기금 등과 유사한 면이 있으나 소유권이 민간이 아니라 국가에 있다. 국부펀드라는 용어는 1953년 쿠웨이트투자청, 우리나라는 한국투자공사(KIC; Korea Investment Corporation), 중국에서 중국투자공사(CIC; China Investment Corporation), 2008년에는 러시아에서 러시아 National Welfare Fund 등이 설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