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DB그룹, 김준기 장남 김남호 체제로 재편

2021-07-01     채혜린 기자
김남호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DB그룹이 전문경영인 이근영 회장 체제에서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 체제로 전환된다. 김 부사장이 1일부로 그룹 회장에 선임되면서 2세 경영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김 신임 회장은 1975년생으로 올해 45세로 젊은 총수에 속한다. DB손해보험(9.01%)과 DB Inc.(16.83%)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김 신임 회장은 2009년 1월 그룹에 입사,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에서 생산, 영업, 공정관리, 인사 등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으며 경영 참여를 위한 준비과정을 밟았다. 또한 전공인 금융분야에서 쌓은 전문지식과 국내외 투자금융 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DB INC.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2세 경영으로

김 신임 회장의 선임은 이근영 회장의 퇴임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근영 회장은 2017년 9월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한 이유는 김준기 전 회장의 갑작스런 퇴임 때문이다. 동부그룹 창업주인 김 전 회장은 가사도우미 성폭행 논란이 일어났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경기도 남양주시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8차례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아왔다. 또한 2017년 2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비서를 29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6개월마다 체류 기간을 연장하면서 수사기관을 피해왔고,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도 올랐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23일 귀국, 공항에서 바로 체포됐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올해 4월 1심 법원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 이같은 김 전 회장의 일로 인해 이근영 회장이 갑작스럽게 회장으로 취임했고, 동부그룹은 DB그룹으로 CI 교체를 단행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김남호 신임 회장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근영의 갑작스런 퇴임

그런데 최근 이근영 회장이 고령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이 커지면서 여러 차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6월말 퇴임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에 DB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대주주인 김남호 부사장이 책임을 지고 경영 전면에 나서 줄 것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남호 신임 회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아버지인 김준기 전 회장의 성폭행 논란 이미지를 벗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DB그룹은 DB금융부문을 중심으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올해 DB금융부문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과 대조적으로 1분기에 매출액 5조 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 신임 회장의 취임은 앞으로 DB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