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香(심향 강상빈 박사)의 생애와 사상 29편
2021-07-08 강상빈 박사
⑫ 행복을 나눠드립니다. <한누리생협 제 11호 2001. 5. 10>
사람들은 ‘사람은 왜 사는가?’ 라고 수많은 세월 동안 묻고 또 답하기를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 그 중에서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고 다시 묻게 되지요.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거기에 대한 답 또한 만만찮게 많습니다. 남들의 답들을 열거해 봐야 소용없고, 저는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습니다. ‘즐겁게 만든다는 것’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상당히 틀린 면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오락 CD를 사주고 공부하라고 채근하지 않으면 즐거워하고, 공공질서야 아랑곳없이 마음대로 뛰놀게 내버려두면 즐거워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행복한가요? 먹고플 때 먹고, 사고플 때 사고, 원할 때 쉬면 즐겁지요. 그러나 그럴 때 항상 행복한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젖을 물고 있는 아이를 보는 엄마나, 사랑받고 있음을 행복 해 하는 연인을 바라보는 연인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즐거움은 행복의 일부분이지 행복자체는 아닙니다.
저는 유기농 자연농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행복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아이에게 젖을 주는 엄마 같은 심정을 지닌 사람들이거든요. 행여 아기가 더울까봐 등을 땡볕으로 태우며 그늘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농약을 친 농산물을 먹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가슴을 치는 그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남의 행복을 바랄 줄 알기 때문이지요.
피페해가는 흙을 되살리려 애쓰는 그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 땅이 먼 훗날, 타인의 밑거름이 될 둘 알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사랑이 남의 행복에 보탬이 된다는 믿음으로 사는 그들은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들을 통해 행복을 얻고 있습니다. 그들의 산물에서 향기를 느낄 대, 그 산물에 스민 그들의 사랑을 느낄 때 행복해집니다. 한번 스친적도 없는 나를 위해 흘린 그들의 땀을 느낄 때 행복해 집니다. 마음이 행복한 그들의 삶에 즐거움이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사랑을 통해 행복을 나누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누리에서는 그들의 산뭉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행복을 나누어 가세요.
한누리생협 이사장 강상빈
⑬ ‘마을 만들기’를 하면 좋은 이유. 한누리생협 소식지 2002 가을호.
우리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네모난 성냥갑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모양의 아파트에서 --- 문만 잠그면 도둑맞을 염려할 필요 없고, 문만 닫고 들어않으면 아무도 내 생활을 간섭 할 수 없다. 내가 대낮에 일을 하지 않고 잠을 자든, 또 무슨 일을 하든 참견 받지 않아 좋다. 또 남이 하는 일에 대해 참견하고 싶지도 않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면 되는 거지 남이 이러쿵저러쿵 얘기 할 필요 뭐 있나 생각한다. 나만의 적어도 한 공간에 사는 우리 식구만의 생활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아파트 생활의 특성이 이런 현대인들의 성향과 맞아떨어져 이제는 모두들 아파트에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탁 트인 곳에 지어진 전원주택을 꿈꾸며 아파트를 떠나는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다.)
이웃에 사는 사람이 도둑질을 해서 먹고 싶든, 농약이 범벅된 재료로 밥을 해먹든 아무 관계 없는 것이다. 나에게만 이득이 되고 나만 편하면 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 눈은 의식 할 필요가 없다. 또 누가 신경 쓰지도 않으니 ---
더 이상 공동체는 없다. 서로 배려하고 신경 쓰고 하는 일도 귀찮다. 우리 아이 챙겨 먹이고 공부시키고 학원 보내고 하기만도 바쁘다고 한다. 친구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책 일고 싶을 땐 책 읽고, 외식하고 싶을 땐 나가고, 야외로 놀러나가고 싶을 땐 자유롭게 떠나야지, 시간 정해놓고 이웃집 아이를 봐준다든지 자원봉사 한다든지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아무리 편리한 아파트생활이라지만 나만을 중심에 두고 사는 삶이 도대체 가능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에 살다보니 너무 시끄럽게 떠들다가 이웃과 다틀 수도 있다. 우리아이 귀하다고 맘껏 뛰어 놀게 했다가는 아랫집 사람에게 불평을 들을 수 도 있다. 쓰레기를 집밖에 내놓아 지저분하게 했다가는 이웃의 찡그린 얼굴을 볼 수밖에 없다. 또
쓰레기는 정해진 요일에 분리 수거해야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쓰레기통에 폐식용유는 폐식용 유수거통에 잘 버려야 오염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 그뿐인가, 폐건전지, 폐형광등 따위는 좀 멀더라도 수거통이 있는 곳까지 가서 버려야 한다. 중금속이 함유된 이런 것들을 함부로 버렸다가는 토양을 오염시키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아니면 자식들에게 돌아오게 되니 말이다. 가까이에 소각장이 있으니 다이옥신도 걱정이고, 악취며 소음도 문제다. 그렇다고 당장 어디로 이사할 형편도 아니니 가능하면 다이옥신이 배출되지 않도록 감시를 철저히 하고 악취를 줄이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이웃과 교류하지 않고 살고 싶다 해도 아이를 키우다보니 동네에서 아이가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도와줘야 하고 놀이터에도 나가놀게 되고, 가까이 있는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놀이터가 아이들 놀기에 위험하지 않은지, 학교 가는 길이 안전한지, 학교교육환경은 어떤지, 급식의 질은 믿을만한지, 아이들은 사귀기에 괜찮은 친구들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또 어린이 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야하는 엄마들은 그들대로 걱정스럽기 마련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하는지, 교육과정은 아이들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적 내용으로 이뤄지는지 등 아무리 바빠도 잘 알고 있어야 헐 것이 너무나 많다.
바로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현실이 ‘마을 만들기’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멀리 있는 가족보다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이 있는 마을,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어린이 집과 학교가 있는 마을, 아이를 내놀아도 걱정이 없는 마을, 밤거리도 두렵지 않는 마을, 생활하면서 불편이나 불안스런 현실을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는 행정담당자가 있는 마을. 그 때문에 행정에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마을, 아이들과 걸어 다녀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을, 위험한 시설이 없는 마을, 녹지공간이나 공원이 넉넉해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마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숲이 있는 마을,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가 있는 마을, 걷고 싶은 거리와 공원이 있는 마을 ---
우리는 지금 그런 마을을 만들고 싶다. 그런 건 너무 큰 꿈이라고? 이 가운데 무엇을 포기하고 싶은가. 지금은 대부분 포기하고 싶지만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희망사항이 아닌가. 누구 한 사람이 이 모든 것 이룰 수 없지만 몇몇 사람들이라도 힘을 모은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작고 소박한 꿈을 위해 ‘마을 만들기’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