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 노림수는

2021-07-17     채혜린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 등 각종 미지급금을 해결하라는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제주항공은 인수합병 계약 해제 명분을 마련하게 됐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등 때문에 계약 파기 최종 결정은 미뤄진 상태이지만 사실상 인수합병 계약 해지나 다름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앞날이 깜깜하다는 점이다.

제주항공, 계약해지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15일 밤 12시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1천700억원이 넘는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과 운영비, 조업료, 유류비 등 미지급금을 이스타항공이 먼저 해결해야 최종 인수 협상이 이뤄진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공문을 토해 ‘선행조건은 이미 완료됐다’면서 제주항공의 요구를 일축했다. 체불임금은 대주주의 주식 반납, 직원들의 추가 임금 반납으로 해결됐으며 나머지 비용은 코로나19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스타항공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항공으로서는 자본잠식이 이뤄지고 있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이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이스타항공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제주항공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믿을 것은 정부?

제주항공이 사실상 계약 파기를 내건 것은 결국 정부 지원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지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계약 해지 조건이 충족됐지만 정부의 지원 내용을 보고 최종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체불임금 및 미지지급에 대한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이 인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스타항공 직원 1천600명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하나의 일자리라도 늘려야 하는 정부로서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자는 마음으로 이스타항공에 지원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항공이 그것을 노려서 계약 파기까지 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유했던 이스타항공이 정부가 지원을 할 경우 부당 지원이라는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정부가 이스타항공에 지원을 할 것인지 여부이다.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이스타항공에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