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면세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맞나?“
작년 신규 면세점 5곳 모두 손실...적자 규모 갈수록 심화돼
2017-11-12 채혜린 기자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지난해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시장이 신규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면세점 사업자들의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오는 12월 4개의 사업자(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가 추가될 예정으로 서울울 지역에만 시내 면세점이 기존 9곳에서 13곳으로 확대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해지자 고객유치를 위해 수수료를 대폭 얹어주기 식이 지속되고 있어 공멸하는 길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이런식으로 출혈경쟁이 심해지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 흑자전환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를 취득한 신규 면세점 신세계DF, 한화타임월드, SM면세점, HDC신라, 두산 등 5곳은 올해 3분기 기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올해 3분기 기준 신세계DF는 197억원, 한화타임월드가 135억원, SM면세점이 64억원, HDC신라가 3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두산은 공식적으로 적자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적자폭을 약 70억~80억원으로 추청하고 있다. 이 같이 5곳이 낸 적자 규모만 총 500억원이 넘는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도 신규 면세점 5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세계DF가 175억원 적자로 가장 큰 손실을 입었고 한화갤러리아가 174억원을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 두 업체는 3분기 적자 폭이 더 심화됐다.
이어 두산이 160억원, SM면세점이 140억원, HDC신라가 9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5곳의 상반기 손실과 3분기 손실을 합하면 총 12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5곳 가운데 그나마 흑자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HDC신라를 꼽는다. HDC신라는 3분기에 1000억원 매출에 30억원 손실을 봤고, 지난 9월에만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적자폭은 줄고 매출은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외 다른 기업들의 경우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5개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가운데 1일 평균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사업 초반에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갈수록 영업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2분기의 경우 시설 투자와 판촉 비용이 집중적으로 지출돼 적자가 불가피해 보였으나, 영업적자는 3분기에도 이어져 적자 폭이 더 커졌다.
게다가 관세청이 올해 연말 신규 사업자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한곳 등 총 4곳이 늘어나는 만큼 당분간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면세점의 경우 얼마나 많은 외국인을 태운 관광 버스를 끌어들여 오느냐가 큰 관건인데 우리나라 면세점은 ‘꼭 그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특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관계자는 “심지어 서울 시내 면세점은 넘쳐나고 업체들은 브랜드 유치와 주차 공간 확보에만 사활을 거는 것은 장기적인 면세점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든 증권사에서 내년도 면세점 흑자 전환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하고 있다”며 “기존 신규 면세점은 물론 12월 특허권을 획득하게 될 면세점들 역시 단순히 브랜드 섭외, 주차장 확보 이외에 ‘자신만의 전략’을 특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