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전문약품 7년간 20%↑...일반약 생산액은 제자리
2017-11-14 전예빈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예빈 기자] 일반의약품(OTC) 시장이 7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이는 의약분업 이후 소비자들이 일반의약품 판매 비중이 높은 약국보다 전문약 처방이 많은 병원을 자주 찾은 탓이라고 풀이된다.
아울러 제약업계가 일반의약품 개발보다 시장 잠재력이 큰 전문의약품 신약 개발에 집중한 점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업계의 일반의약품 생산액은 2조 43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7년 전인 2008년의 2조 4543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반면 지난해 전문의약품 생산액은 12조 4217억원으로 같은 기간 22.6% 상승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역할을 구분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약국을 찾던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동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의약분업 직전 실시됐던 의약품분류 과정에서 일부 일반의약품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뒤 아직 재분류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가 제네릭을 벗어나 자체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장 잠재력이 큰 신약 개발 투자로 시선을 확대한 것도 일반의약품 시장 성장 둔화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지난 2009년 평균 6.9%였던 제약업계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2014년 8.2%를 거쳐 올해 상반기에는 9.2%를 기록했다. R&D 투자 대부분은 신약 개발에 투입됐다.
이에 반해 일반의약품의 경우 신제품 개발을 위한 공격적 R&D 투자보다는 기존 히트상품의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일동제약의 ‘아로나민’의 경우 아로나민 골드와 아로나민실버프리미엄, 아로나민씨플러스 등 같은 브랜드 계열 제품이 9종이나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생산 품목 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생산된 일반의약품 품목 수는 5624개로 지난 2008년보다 21.2% 감소한 반면 전문의약품 생산 품목 수는 1만 2283개로 31.7% 증가했다.
하지만 한미약품 신약기술수출 계약 해지 등으로 ‘신약 리스크’가 부각 되자 업계가 개발과 판매 안정성이 높은 일반의약품을 다시 주목하는 모습도 포착되는 듯 하다.
일반의약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일반의약품 사업부문을 분리한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일반의약품을 담당하는 동아제약과 전문의약품을 취급하는 동아ST로 법인 분리했다. 이후 제품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제일약품도 마찬가지다. 제일약품은 분할된 ‘제일헬스사이언스’를 통해 다양한 일반약을 개발할 예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국,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 한국 일반의약품 브랜드 신뢰도가 높다”며 “적극적인 해외진출도 일반의약품 시장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