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수에즈 운하 사고, 국내 경제 영향은

2022-03-26     남인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아시아와 유럽의 연결로인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의해 가로막히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원유 및 각종 소비재를 실은 선박 백여척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문제는 수에즈 운하가 정상작동까지는 짧게는 수주가 걸릴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에 해운선사들은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된다면 유가와 해운운임 상승을 부채질 수 있다.

100여척 선박 운항 차질

파나마 선적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수에즈 운하 북쪽에서 지난 24일 멈춰섰다. 이로 인해 100여척의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고 있다. 에버기븐호는 일본 이마바리조선소가 건조한 2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일본 쇼에이 기센이 소유주지만 대만 해운업체 에버그린이 장기용선하고 있어 소속 선사는 에버그린이라고 할 수 있다. 뱃버리 부분이 한쪽 제방에 박히고, 선미 부분은 반대쪽 제방에 걸치면서 운하 운항을 모두 가로막아 버렸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된 이래 이같은 사고는 처음 있는 일이다. 사고 이유에 대해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 때문에 선체가 항로를 이탈하면서 바닥과 충돌해 좌초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컨테이너선은 기본적으로 강한 바람과 파도에도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운항할 수 있게 설계가 돼있다. 또한 수에즈 운하는 잔잔하기로 유명한 수로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분다고 해도 파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 때문에 선체가 항로를 이탈했다는 것은 선장의 운항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에버그린호 설계 자체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희망봉으로

이처럼 수에즈 운하가 막히게 되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해운선사들이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100여척이 수에즈 운하 근처에 있지만 정상 개통까지 언제가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해운선사는 아예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긴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의 정상 운항만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가 국제물동랴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요 에너지 수송로이다. 석유는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희망봉으로 돌아간다면 그만큼 컨테이너선 유럽 노선 운임의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시급을 다투는 경량 화물은 비행기를 이용하게 되면서 항공운임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조선소는 예의주시

더욱이 이번 에버그린호의 사고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설계부터 잘못된 예견된 사고라고 한다면 앞으로 있는 조선 수주에 있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버그린은 일본 이마바리조선소가 건조한 선박이다. 에버그린은 앞으로도 5조원 규모의 선박을 건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번 수에즈 운하 사고가 설계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에버그린은 일본 이마바리조선소의 선박 건조 능력을 의심하게 되면서 새로운 조선소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와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조선소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우리나라 조선소는 향후 수주 전략에 수에즈 운하 사고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