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위안부 피해자 패소, 왜
2022-04-21 전민수 기자
소송비용 일본으로 추심 안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지난달 29일 국가가 원고들 즉 위안부 피해자로 하여금 납입을 유예하도록 한 소송비용 중 피고 즉 일본으로부터 추심할 수 있는 소송비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소송구조는 경제적 약자의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로, 법원이 소송에 필요한 비용의 납입을 유예 도는 면제해준다. 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소송구조 결정을 통해 인지대를 국가에 따로 내지 않고 소송을 시작했다. 이후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되며 국가가 피고로부터 소송비용을 받는 추심 절차가 진행됐다. 본안 판결을 내렸던 기존 재판부는 소송 비용을 피고 즉 일본이 부담한다고 했지만 새롭게 바뀐 재판부는 강제집행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금반언 원칙 위배
재판부는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위안부 합의 등과 각 당국이 한 언동에 금반언 원칙을 더해보면 추심 결정은 국제법 위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비엔나 협약 제27조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비엔나 협약 제27조에 따라 국내적 사정·해석에도 불구하고 조약의 효력은 유지될 수 있다면서 강제집행이 금반언 원칙 등을 위반함으로써 판결의 집행 자체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현대 문명국가들 사이에 국가적 위신과 관련되고 우리 사법부의 신뢰를 저해하는 등 중대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면서 추심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기존 판결과 상충되지 않아
법조계에서는 기존에 판단이 ‘판결’인 것과 달리 이번은 강제집행 단계에서의 ‘결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상충되는 판단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재판부도 이 사건 결정을 내리며 국가면제 원칙을 소송으로부터의 면제와 강제집행으로부터의 면제로 구분하고 이 사건 추심 결정은 강제집행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소송비용에 관한 추심 단계에서 강제집행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금반언 원칙에 따라 추심 결정이 인정되기 힘들다고 본 것이지 국가면제 원칙을 배척한 기존 판결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결정과 비상 절차는 별개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