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최고의 노예이자 최악의 주인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영국철학자, Francis Bacon, 1561~1626) -
[파이낸셜리뷰] 자식 키워놓아도 부모님을 모시거나, 용돈과 생활비 보태드리는 것보다 아파트 평수 넓히고 새 차 사고, 자녀 학원 비 내는 것이 급한 것이 현실이다. 자식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은퇴준비하지 못한 자신의 업보를 갚아야 할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22%는 ‘돈이 없어 외롭다는’우울증세를 겪고 있다. 자식 탓 말고 글로벌 투자로 노후설계가 필요하다.
나이 들수록 새삼 느끼는 것들이 있다. 첫째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젊었을 때 노후준비하지 못하면 노후는 괴로워진다. 이렇게 나이가 들 줄이야 꿈도 꾸지 못했다. 둘째, 사는 데 정답은 없다. 은퇴란 일에서 해방되는 신나는 일이라고 은근히 기대했었다. 건강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노후자금만 마련되면 꽃길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늙어보니 재력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한 번 망가진 건강을 회복할 길이 없다.
젊어서는 재물을 쌓느라고 건강을 해치지만, 늙어지면 재물을 헐어서 건강을 지키는 아이러니에 봉착하게 된다. 셋째, 살아가면서 인연만큼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돈 없는 부모는 자식들의 근심거리와 사람들이 가까이 하길 좋아하지 않는다. 권세가 너무 많아 철장 신세를 지었어도 돈이 있으면 주변에 사람이 꼬이지만, 돈 없고 병든 권세가라며 사람들이 하찮게 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처럼 늙어서는 인연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다.
젊었을 때 세상을 지배하는 돈을 더럽고 치사한 존재로 여긴다. 돈을 천시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많았다. 빈부격차 사회를 비난하고, 천한 부자를 냉소한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가져간다.’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돈 자체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자본주의의 핵심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제빵사나 양조장 주인, 푸줏간 주인의 박애 정신이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롭기가 힘들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유산을 놓고 형제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경우도 있다. 오늘, 내일 암 투병으로 시한 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문병 온 채무자에게 “왜 빚을 갚지 않느냐”고 닦달하는 경우도 있다. 돈이 사람을 힘들게도 하지만 구원의 손길이 되기도 한다. 한 시간이 급하게 수술해야 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병원비는 구세주이다. 어음을 돌려막지 못해 도산하는 회사 사장이나 졸지에 일자리를 잃는 종업원들에게 “과연 돈은 무엇인가?”
영혼이라도 팔아서 돈을 구해야 하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형제보다 내 손에 들려있는 돈이 더 소중하다”는 말도 있다. 평소에 돈이란 더럽고 치사한 것으로 여겨 멀리했다면, 위급한 시간에 돈이 돌멩이로 다가와 당신을 세차게 칠 것이다. 사람은 권력이나 명예는 잃어도 살 수 있지만 돈이 떨어지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