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칼럼] 팬데믹 역사 시대, 어쩌다 인류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2022-08-06     김진혁, 시인, 행정학박사
[파이낸셜리뷰] 인류 역사는 질병과의 싸움이다. 고대 페리클레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페르시아를 맞상대할 정도의 힘을 가졌지만 정작 그는 역병으로 사망했다. 14세기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1/3을 사망으로 몰았다. 중세 신권 국가의 틀에서 르네상스시대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살던 쥐가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가서 페스트균을 사람에게 옮겼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도 스페인독감이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 놓았다. 1918년에서 1920년 사이에 약 5천만 명에서 1억 명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약 2,000만 명~1억 명이 사망하는 등 1차 세계대전을 일찍 종식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인류는 역병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는 6월 20일 기준 1억8천만 명이 확진되었고 390만 명이 사망했다. 팬데믹은 인구가 늘면서 계속 존재한다. 인류 조상의 발원지는 아프리카 동남부의 초원지대다. 그곳은 지금도 거의 변화가 없어, 남아 있는 소수의 사람은 계속 수렵 생활을 하고 있다. 인류는 기본적으로 온난한 기후에 적합한지라 몸에 털이 없다. 조금만 추워도 동사하거나 손상을 입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렵기술과 도구를 개발했고, 의복과 불을 이용하였다. 인류는 전 세계 지역으로 퍼져갔으며, 불과 1만 년 사이에 지구를 지배하는 최 상위 생물로 우뚝 섰다. 인간 무리가 한 지역에 대거 거주할 때 자연 훼손과 자원 고갈이 불가피하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과 다른 생명에 가해지는 인간의 폭력도 급진적으로 증가해서 많은 동물을 멸종시켰다. 그렇지만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의 영향을 받아 발전하거나 도태할 수밖에 없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기생충 질환을 비롯한 전염성 질환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의학기술의 발전과 인류 체력이 좋아져 극복하지만, 바이러스는 계속 인류의 천적으로 남아있다. 작년부터 코로나가 창궐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한 답을 내기는 어렵지만, 학계에서는 첫째, 세균성 질병이 어느 정도 정복되고, 환경개선으로 감염 기회가 줄었고 예방접종으로 항체를 가진 인구가 늘면서 감염이 발생하더라고 대규모 전파되지 않는다고 한다. 둘째는 바이러스 특성 탓이다. 세균성 질병과 달리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형을 쉽게 바꾸기에 애써 만든 백신도 소용없게 한다. 최근 사용되는 바이러스 백신으로 홍역, 볼거리, 유두종 바이러스 간염, 대상포진 백신 등이 있지만 언제까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세계적인 교류가 활발해져서 과거에 지역 병이 전 세계로 쉽게 전파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사망자 기준으로 지난 100년간 가장 치명적인 질병 10가지를 발표했다. 1위는 에이즈, 2위는 에스파냐 독감이었으며 아시아 독감, 홍콩 독감, 제 7차 콜레라, 신종인플루엔자, 에블라, 콩고 홍역, 서아프리카 뇌수막염, 사스 순이다. 최근 100년간 바이러스 질병이 터질 때마다 그럭저럭 잘 막아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속수무책과 죽음의 질병, 신의 형벌로 여겨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는 놀랍다. 일자리 제로섬,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해졌다. 데이터 시대로 통하는 인공지능의 초지능이 새로운 가치와 성장 동력을 만들 것이다. 지금 인류는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팬데믹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