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넘볼 수 없었던 일본, 이제는 ‘극일’

2022-08-12 남인영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1990년대 일본은 우리가 넘볼 수 없는 그런 거대한 ‘산’이었다. 2021년 현재의 일본은 이제 우리를 넘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일부 경제지표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미 추월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인해 퇴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경제 발전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극일’이다. 다만 아직도 기술력은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극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1990년대 이후 한일 경쟁력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광복절을 앞두고 1990년대 초 이후 한일 간 경제 경쟁력 격차 변화를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0년대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시점이기도 하다.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1995년 각각 26위와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우리나라는 23위, 일본은 34위로 우리나라가 일본을 역전했다. 물론 우리나라는 26위에서 23위로 3계단 상승한데 반해 일본은 4위에서 34위로 하락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한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도 1990년과는 달리 2021년에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보다 2단계 높게 평가했다. 또한 각국의 물가와 환율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1인당 경상 GDP는 PPP(구매력평가) 기준으로 2018년 우리나라(4만 3천1달러)가 일본(4만 2천725달러)을 추월했다. 제조업 경쟁력에서도 1990년 우리나라와 일본은 각각 17위, 2위였지만, 2018년에는 우리나라가 3위로 올라가고 일본은 5위로 떨어졌다.

거시경제 부문 격차 축소

거시경제 부분의 지표도 격차가 축소됐다. 명목 GDP 기준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1990년 2천830억달러에서 2020년 1조 6천310억달러로 성장하며 일본 대비 1990년 8.9%에서 2020년 32.3%로 추격했다. 30년 사이 약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온 것이다. 목 1인당 GDP 기준도 한국이 1990년 6천610달러에서 2020년 3만 1천497달러로 증가하면서 일본(4만 1천46달러)의 78.5% 수준까지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0년 수출액은 5천130억달러로 일본의 80%, 수입액은 4천680억달러로 일본의 74% 수준이 됐다.

기술력은 아직도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아직도 우리가 일본을 뒤쫓아가는 수준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R&D(연구개발) 1000대 투자 기업 수에서 일본은 한국에 비해 여전히 5배 이상 많은 기업을 보유했다.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분야 대일(對日) 적자 규모는 1994년 83억달러에서 2020년 154억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30년간 대다수 주요 경제지표에서 한일 격차는 감소하거나 일부 분야는 오히려 역전됐다”면서도 “그러나 해외직접투자액이나 기초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 격차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