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의장, 이집트 대통령 만나 ‘세일즈 외교’

2022-10-15     어기선 기자
사진=국회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10일 낮 12시 30분(이하 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대통령궁에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났다.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이집트를 방문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장의 이번 방문은 이집트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한국 국회의장이 이집트를 공식으로 찾은 것은 지난 2002년 이만섭 국회의장 이후 19년 만이다. 2009년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집트를 방문했으나 당시는 경유 일정이어서 특별한 현지 일정이 없었다. 이날 박 의장과 알시시 대통령의 만남은 예정했던 시간(30분)을 넘기며 경제협력은 물론 국제안보 정세 등을 놓고 폭넓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이집트가 추진 중인 ①카이로 메트로 전동차 추가발주 사업(20억 달러 규모) ②K-9 자주포 수출(20억 달러 규모) ③원자력 발전④조선소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알시시 대통령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박 의장의 이 같은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방산(K-9 자주포) 등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한국기업들이 이집트에 진출하면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의 각 대륙으로 수출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분야에 한국기업들이 투자하고 진출하면 이집트로서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박 의장은 “K-9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서 이집트 기술자 양성을 지원하는 등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조선기술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조선 프로젝트에도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특히 이집트의 원전사업 추진과 관련해 “한국은 24기의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영한 경험이 있고 UAE의 바카라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가동시켜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알시시 대통령에게 한국의 원전건설 능력을 설명했다. 우리 기업이 이집트와 벌이고 있는 주요 사업을 보면 현대로템은 카이로 메트로에 투입될 9억4천만 달러의 전동차공급계약을 이미 마쳤고 이집트와 올 초 2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전동차 사업 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해 본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 한화디펜스는 이집트 국방부와 20억 달러 규모의 K-9 자주포 패키지 수출계약을 추진 중이고, 삼성중공업은 수에즈운하 인근에 건설될 조선소 프로젝트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엘다바 원전의 터빈 건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알시시 대통령은 양국 우호관계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그는 "한국과 이집트는 아주 특별한 사이”라며 "25년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조속히 이집트를 방문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박 의장은 "문 대통령께 알시시 대통령의 안부를 전하겠다”면서 "조속한 시기 문 대통령의 방문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를 포함한 국제정세도 대화의 주제였다. 박 의장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에 대한 이집트의 일관된 지지 입장에 감사드린다”면서 "중동지역 평화에 이집트와 알시시 대통령이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이 평화협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한국의 입장을 확인했고, 전쟁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면서 "평화적 회담을 통해 양측이 협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집트는 1945년 아랍국가들의 주권 확보, 중동평화, 반이스라엘 운동을 기치로 출범한 '아랍연맹'의 종주국이다. 지난 5월 이스라엘-하마스 간 11일 전쟁(5.10~5.21)을 중재하고 가자지구 복원을 위한 5억 달러 지원계획을 발표하는 등 역내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과도 1963년부터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차원에서 북핵에 반대하고 있다. 이어 알시시 대통령은 르네상스댐 문제 등에 대한 자국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한국의 지지를 부탁했다. 르네상스댐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의 나일강 수력발전댐 건설사업이다. 나일강이 흐르는 인근 3국(이집트, 에티오피아, 수단) 간 저수기간과 가뭄 시 운영 방식 등을 놓고 대립이 있는 사항이다. 최근 에티오피아가 두 차례 일방적으로 저수를 강행해 분쟁이 격화 중이다. 박 의장은 "지역 현안에 대해 잘 이해했고, 귀국 후 문 대통령과 한국정부에 이집트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날 박 의장과 알시시 대통령과의 만남에는 우리 측에서 홍진욱 주이집트 대사, 이집트 측은 하나피 엘 기발리 하원의장과 대통령실 대변인 2명이 배석했다. 알아흐람(Al-Aharam), 알마스리알욤(Almasry Alyoum) 등 주요 현지 매체들은 박 의장의 알시드 대통령 예방 소식을 전하는 등 박 의장의 이집트 공식 방문과 관련한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알시시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대통령궁을 나선 박 의장은 수에즈 운하를 시찰했다.이집트 오사마 무니르 라비 수에즈 운하청장이 직접 박 의장에게 운하 현황을 브리핑했다. 박 의장은 "지난 3월 에버 기븐호가 좌초되어 수에즈운하가 막힌 적이 있었다”면서 "수에즈 운하 측이 6일 만에 신속하게 처리하는 걸 보면서 관리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라비 운하청장은 감사를 표하며 "다른 운하에서는 3~6개월 걸리는 사고였지만 6일 동안 422척의 배가 발이 묶이는 등 세계 무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박 의장은 알시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강조한 수에즈 운하 인근 조선소 건설에 한국기업(삼성중공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당부했고, 라비 청장은 "삼성중공업은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문제이므로 잘 고려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