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우여곡절의 현대차 GBC, 실리 추구로 미래는 ‘과연’
2022-11-11 이석원 기자
◇초기에는 한전 부지가 아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6년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갖추기 위해 흩어진 그룹 계열사들을 한 곳에 입주시킬 수 있는 초고층 사옥 건설 계획을 세웠다. 당시 계획된 부지는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뚝섬의 삼표산업 공장 부지였다. 해당 위치로 선정한 이유는 일단 해당 부지의 80%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소유이고, 20%는 국공유지인데 부지의 현 사용자인 삼표산업이 점용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 그 삼표산업은 삼표그룹 계열사이고,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정지선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은 부부다. 여기에 삼표레미콘 공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출입하는 화물차량으로 인한 위험성과 도로파손으로 인해 빗발치는 민원으로 해당 공장은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고, 현대차그룹은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한군데 모은 통합 본사 건물을 서울에 짓고 싶은데 땅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위치가 뚝섬이었기 때문에 환경파괴 논란도 피할 수 없었고, 교통 문제에서도 지금의 롯데타워처럼 헬게이트가 열릴 공산도 컸다. 게다가 2012년 최종적으로 서울시가 지상 50층 이상의 '마천루'는 3도심과 권역 중심 지역에만 건립할 수 있게 조례를 지정하게 된다. 이 두 곳에도 해당하지 못하는 지역에는 최대 35층 건물까지만 허용된다. 더구나 성수동 뚝섬 일원은 '자연 녹지 구역'으로 지정이 돼 사실상 불허했고, 결국 뚝섬에 건립되는 건 무산됐다.◇한전 부지 인수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 11월에 기존 강남구 삼성동 COEX 트레이드 타워 길 건너편에 입주해있던 한국전력공사가 전라남도 나주시의 빛가람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하게 되면서 본사 부지를 매각할 계획을 알게 된다. 해당 부지 근처에는 COEX를 비롯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등이 있고, 도로도 테헤란로와 영동대로 등이 교차하는 그야말로 교통의 중심지였다. 게다가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강남이라 도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GBC를 건립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해당 부지를 인수해서 GBC를 건립할 계획을 갖게 된다.◇10조 고가매입 논란
현대차는 2014년 경매로 나온 한전 부지를 무려 10조 5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투자자들도 현대의 결정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그 결과 현대차의 주식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전 부지의 가격은 공시지가가 약 1조 5천억, 감정가가 3조 3천억이었던걸 감안하면 현대가 한전 부지를 점령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부지의 땅값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입 시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오른데다가 이미 매입 가격은 넘어섰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현대의 선택은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다. 해당 부지의 땅값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입 시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이미 매입 가격은 넘어섰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대차그룹이 오랫동안 시달려온 ‘땅 고가 매입’ 논란에서 벗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실리를 위해 GBC 설계 변경
하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105층짜리 초고층 빌딩 건립계획은 최종 파기될 전망이다. 강남구청의 반대와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105층 1개동, 70층 2개동, 50층 3개동 사이에서 갈등 중인데 50층 3개동이 현재 가장 유력한 변경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높이를 낮추면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방부에 레이더 이전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등 최대 수조 원을 절감할 수 있어 신사업 투자 여력이 더 생기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설계 변경이 비용 절감 등 실리를 택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