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반세기 성공 신화’ 한샘, 새 주인과 성장세 이어갈까
2021-12-06 이석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국내 가구‧인테리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샘은 지난해 3년 만에 매출 2조 원대를 회복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도 2조 원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한샘은 부엌, 침실, 거실, 욕실 등 주택의 모든 공간에 들어가는 가구와 기기, 소품, 조명, 패브릭, 건자재 등을 제공하는 토탈 홈 인테리어 기업이다.
최근 한샘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송 서비스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샘은 2019년 익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가구를 다음날 바로 배송하는 ‘내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한샘몰에 ‘새벽 배송’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또한 한샘은 올해 대형 쇼룸인 디자인파크를 3곳이나 오픈해 현재 19개의 디자인파크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한샘 리모델링 전문 매장을 오픈하는 등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렇게 강승수 한샘 대표이사 회장은 취임 후 고성장률을 보이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가고 있다.
한샘은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1994년부터 현재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경영 원칙을 고수해 오며 강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올해 조 명예회장 등이 보유 지분을 국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에 매각하면서, 한샘은 창업한 지 51년 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조 명예회장이 쌓아 올린 성공 신화처럼 앞으로 한샘이 새 주인과 성장세를 이어갈지 기대된다.
◇비닐하우스에서 시작된 한샘의 ‘성공 신화’
한샘은 지난 50년간 부엌 가구 제조로 시작해 가구 유통과 리모델링 사업을 아우르는 종합 홈 인테리어 회사로 성장하며 대한민국 주거환경 개선에 앞장서 왔다.
한샘의 성공 신화는 1970년 조 명예회장이 서울 연신내에 있는 7평 정도의 비닐하우스에서 ‘한샘산업사’를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비닐하우스에 사업장을 차린 그는 한국 부엌의 아궁이를 바꿔 주부들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목표 아래, 쪼그려 앉아 일하던 기존 한국의 재래식 부엌 형태에서 서서 일할 수 있는 현대식 입식 부엌이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이에 한국의 부엌 문화를 180도 바꾸었고, 부엌을 가사 노동의 공간에서 생활 및 여가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특히 70년대 이후 서울 강남 일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한샘의 주방 가구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한샘 부엌은 단연 고급 부엌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또한 조 명예회장은 1990년대 한샘을 부엌 가구 전문에서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확대하며 한 단계 도약을 이끌었다.
기존 가구업체들은 가구를 개별적으로 팔았지만, 한샘은 소파·장·테이블을 모두 합친 ‘거실 상품’을 선보였고, 침실과 거실을 통째로 꾸며 공간 전체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시도도 했다.
이에 한샘이 종합 가구회사로 자리 잡으면서 1994년 조 명예회장은 최양하 전 회장에게 대표이사를 맡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전문경영인으로의 전환은 또 다른 성장을 이끌었다.
1986년 부엌 가구 1위에 이어 2001년에는 인테리어 분야 1위에 올랐고, 2013년에는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는 주택 리모델링 시장에서 인테리어 시공의 일괄 생산을 적용하고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는 등 끊임없는 변신을 이어간 결과였다.
◇안개 속 후계 구도...매각으로 일단락
성공 신화를 이룬 조 명예회장에게도 늘 고민이 존재했다.
조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뒀지만, 지난 2012년 조 명예회장의 외아들이 사망하면서 후계 구도가 불확실해진 것이다.
남은 세 자매는 한샘 지분을 각각 1.32%, 0.88%, 0.72% 보유하고 있으나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손자가 있지만 나이가 아직 어려 회사 경영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다.
조 명예회장은 예전부터 적임자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한샘의 후계 구도는 안개 속이었다.
이에 올해 82세로 고령인 조 명예회장은 복잡한 승계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회사의 비전과 미래가치를 인정하는 전략적 비전을 갖춘 투자자를 찾아왔다.
결국 조 명예회장은 회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IMM PE를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로 판단해 한샘 지분을 매각했다.
매각 이후에도 한샘은 그간 강점을 보여온 인테리어·리모델링 등 리하우스 사업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한샘의 경영 행보는 기업 경영권의 상속·승계 문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은 물론 한 단계 진일보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드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