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박카스 신화’ 동아제약, 감기약 ‘판피린’ 올해로 60주년 맞아

2022-12-13     이석원 기자
사진=동아제약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100년이 넘는 국내 제약산업 역사에서 수많은 약들이 출시되고 사라졌다. 특히 국내 감기약은 200개가 넘어 의약품 카테고리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동아제약의 감기약 ‘판피린’이 올해로 발매 60주년을 맞아 눈길을 끌고 있다. 판피린이 처음 출시됐던 1960년대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시기로 생활 환경이 좋지 않아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동아제약은 1961년 알약의 형태로 ‘판피린’을 첫 생산 및 판매한 이후 정제에서 주사제, 시럽제의 형태를 거쳐 1977년 현재와 같은 크기의 병에 담긴 액체 형태인 ‘판피린 에스’로 변경했다. 1990년에는 강하다는 의미의 ‘포르테(Forte)’에서 F를 따와 강력한 약효를 담았다는 의미의 ‘판피린 에프’를 선보였고, 2004년 판피린 F에 허브 성분을 첨가한 ‘판피린 허브’를, 2007년에는 빠르게 낫게 한다는 ‘퀵(Quick)’의 의미를 강조한 ‘판피린 큐’로 변경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판피린이 오랜 기간 대중의 인식 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된 가장 큰 비결 중 하나는 1960년대부터 도입한 캐릭터 마케팅이다.

◇“감기 조심하세요~” 캐릭터 마케팅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동아제약의 감기약 ‘판피린’의 광고 문구다. 최근에도 “감기 조심하세요~”를 패러디한 4편의 영상이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한 동아제약은 TV나 지면 광고를 통해 두건을 쓴 판피린 인형을 지속해서 노출하며 판피린을 대중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켰다. 동아제약은 캐릭터 인형에 걸맞은 목소리를 가진 성우 장유진 씨를 기용해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메시지로 감기에는 판피린이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떠올리게 했다. 1985년 TV 광고에서는 개나 고양이처럼 일반적인 애완동물이 아닌 사람 말을 따라 하는 ‘구관조’를 등장시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90년대 광고에는 CG가 등장했다. 특히 1996년 판피린 광고에선 여자 광고모델이 순간 판피린 캐릭터로 변하기도 하고, 판피린 병이 늘어났다가 휘어지기도 하며 생동감을 더했다. 2000년대는 펀(Fun) 코드를 활용해 소비자와 소통을 시도했다. 2008년 당시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대화가 필요해’ 개그맨들이 총출동한 광고로 소비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2018년에는 젊은 층으로 고객을 확대하고,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 박보영을 모델로 기용해 판피린 TV 광고 ‘골든타임’ 편을 선보였다. 아울러 최근에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혜리가 새로운 모델로 발탁해 ‘당신이 찾는 판매 1위 감기약, 액상 판피린은 약국에 있다’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에 힘입어 판피린은 10년 연속 감기약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동아제약은 또 다른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데, 판피린과 같이 곧 60주년을 맞이할 ‘박카스’가 그 주인공이다.

◇‘박카스 신화’ 이끈 스토리텔링 마케팅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지킬 것은 지킨다’, ‘진짜 피로해소제는 약국에 있습니다’, ‘풀려라 5000만! 풀려라 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본 적이 있는 동아제약 피로회복제 ‘박카스’의 광고 문구들이다. 박카스는 단순한 상품광고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소박한 생활사를 광고에 담아내며 ‘박카스 신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박카스는 1961년 당시 알약 형태로 생산됐지만, 2년이 지나 현재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드링크제로 재탄생했다. 이렇게 박카스는 변화를 시도한 후 1년 만에 드링크제 부문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걷던 박카스는 정부 규제로 인해 가파르던 박카스 성장세를 한풀 꺾이게 된다. 1976년 정부는 피로회복제의 무분별한 복용을 막기 위해 대중매체에 박카스를 포함한 피로회복용 드링크 광고를 금지하게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규제가 풀리긴 했지만, 난감한 상황에 놓였던 동아제약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선택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브랜드에 이야기를 만들어 광고에 활용하는 감성 마케팅의 일종이다.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기능과 혜택의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동아제약은 마케팅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카스는 일상을 주제로 한 스토리를 담은 광고로 다시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박카스는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기보다 일반인을 주로 앞세워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또한 광고마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현대인에게 긍정을 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아울러 최근 광고에서는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라는 문구를 활용해 자신의 사회적 목표를 접어두고 집안일과 육아에 전념하는 이 시대 엄마의 모습을 응원하는 내용을 담아,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선정한 ‘Best Creative’로 선정돼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마케팅의 효과로 1994년 박카스 매출액은 최초로 1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1997년에는 IMF 한파에도 10% 이상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또 2015년 박카스는 국내 매출이 2000억 원을 넘었고, 단일 제품 매출로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제약산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