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K-뷰티 간판’ 아모레퍼시픽그룹, 고급 브랜드 앞세워 중국 시장 ‘올인’

2022-12-17     이석원 기자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해외사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재정비해 새로운 전략으로 다시 중국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다음 해 말까지 그간 매출 부진에 영향을 줬던 중국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매장을 절반으로 줄이고, 고급 브랜드인 ‘설화수’와 ‘라네즈’를 앞세워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2012년 중국 진출 이후 외형 확장에 나서면서 2019년 매장 수를 600개 이상으로 확대했으나, 지난해부터 매장 효율화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프라인 매장 축소로 인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시장 매출액을 온라인 성장을 통해 메꿀 계획이다. 또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4일 국내외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2022년 ‘원 차이나(One China)’ 전략을 천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원 차이나’는 중국 현지의 온·오프라인 채널과 국내·글로벌 면세, 글로벌 e커머스 채널 전체를 아우르는 ‘중국 소비자’를 통합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의 3대 과제를 제시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확실한 체질 개선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랜드 중에는 ‘설화수’와 ‘라네즈’가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고, 국내 핵심 5대 플랫폼(네이버, 카카오, 쿠팡, 11번가, G마켓) 가운데 카카오를 제외한 4개 플랫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해 ‘디지털 대전환’도 성공적이었다. 또 디지털 마케팅 전환은 조직체계의 변화,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 사업 조직 변화를 이끌었다. 이에 ‘K-뷰티’ 트렌드를 주도해 온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올해 ‘원 차이나’를 천명한 만큼 더욱 공격적으로 중국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화장품 역사와 같이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창업주 서성환 회장이 화장품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1932년 모친인 윤독정 여사가 당시 여성들이 머리 손질에 사용하던 동백기름을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 판매하던 가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윤 여사는 1937년 동백기름을 재료로 크림을 만들어 파는 ‘창성상점’을 세웠다. 모친의 장사를 돕던 서 창업주는 1945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설립해 ‘코티분’, ‘메로디 크림’, ‘ABC 식물성 포마드’라는 획기적인 상품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태평양화학공업사’는 1954년 화장품 연구실을 개설했고, 국내 최초 기업 간행물이자 미용 정보지인 ‘화장계’를 창간했다. ‘태평양화학공업사’는 1956년 ‘태평양화학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1960년대에 해외 우수 화장품 회사의 시찰 및 선진화 기술을 국내에 들여와 1962년 국내 대규모 자동화 공장인 영등포 공장을 준공했다. 1964년에는 방문판매 전용 ‘아모레(Amore)’라는 토종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는데, 이 ‘아모레’ 브랜드는 당시에도 대중성과 고급성을 모두 사로잡았고 새로운 판매경로를 구축했다. 1960년대 당시 ‘아모레’의 방문판매 제도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였고,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화장품 업계의 선두주자로 등극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같은 해 ‘오스카’라는 브랜드로 국내 최초로 화장품을 해외에 수출을 달성하며 세계 뷰티 소비자와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1966년 인삼 성분을 가공한 첫 한방화장품 ‘ABC 인삼크림’을, 1973년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진생삼미’를 출시하며 꾸준히 화장품 사업을 발전시켰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는 의약품, 금융, 전자부품, 금속 분야의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1987년 ‘태평양화학’을 거쳐 1993년부터 ‘태평양’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1990년대 초에는 20여 개의 계열사를 가진 어엿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986년 정부가 화장품 수입을 전면 자유화하면서 외국산 화장품이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위기를 맞게 된다. 이에 서 회장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1991년부터 서 회장의 아들 서경배 회장이 그룹 내 기획조정실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해 2000년대 초반까지 화장품과 관련 없는 계열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1990년대부터는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며 중국과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고, 2000년대부터는 글로벌 시장 확장·성장을 본격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06년 6월 ‘태평양’을 인적 분할해 ‘아모레퍼시픽’을 신설회사로 세우고, 주요 사업인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등의 제조 및 판매와 관련된 사업을 ‘아모레퍼시픽’으로 이전했다. 또한 ‘태평양’은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2011년 사명을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바꿨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5대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여전히 아시아, 북미, 중동, 유럽 등에서 ‘K-뷰티’ 트렌드를 주도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