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남매경영’ 신세계그룹, CEO 자격은 누가?

2023-01-12     이석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최근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멸공’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활발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으로 MZ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친근한 재벌 이미지를 구축했던 정용진 부회장이지만, 이번 발언으로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신세계백화점 및 면세점에 타격을 입혔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에게 과연 CEO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정용진 부회장과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회장의 후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은 비록 지금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탁월한 감각과 과감한 결단력이 있는 경영 스타일로 유통 명가 신세계그룹의 기틀을 다졌다.

◇국내 최고의 유통 ‘명가’

‘신세계백화점’의 모태는 1930년 일제 식민지 시대의 ‘미츠코시 경성점’인데, ​1945년 8.15 광복 후에 귀속재산이 돼 ‘동화백화점’으로 운영됐다. ​그러다 1963년 동방생명과 함께 삼성그룹에 인수돼 ‘신세계백화점’으로 개칭하면서 근대 백화점 시대를 열었다. 1964년 국내 최초로 DM상품, 1965년 DB상품 ‘입체 와이셔츠’를 각각 발매했으며, ​1967년 국내 최초로 바겐세일을 실시했다. 또한 1969년 업계 최초로 상공부로부터 직영백화점 등록을 받고 국내 최초로 여대생 아르바이트제를 실시했고, 국내 최초 신용 카드제도 도입했다. 또 ​1970년 이동백화점 제도를 개시했고 1972년에는 국내 최초로 번들세일을 개시했으며, 1979년 업계 최초로 대구백화점과 제휴를 맺고 모니터제도를 실시하는 등 신세계백화점은 여러 최초 기록을 써 오며 유통의 신세계를 펼쳐왔다. 신세계백화점은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1997년에 완전히 계열 분리되면서 다시 도약기를 맞는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은 독립한 90년대부터 공격적인 경영을 시도한 끝에 지금 신세계그룹을 대표하는 사업들이 자리를 잡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로 사명을 변경하고, 센트럴시티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개점을 필두로 경기권은 물론이고 천안, 부산, 마산 등에 지점을 낸 데 이어, 여주시, 파주시, 부산광역시 기장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아웃렛까지 건설하며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상반된 경영 스타일

신세계그룹은 유통사업, 패션사업, 식음료 및 호텔관광사업, 건설 및 IT 사업, 신규사업 부문으로 크게 나뉘며, 지난 2011년 대형 할인점 ‘이마트’가 신세계백화점의 사업부에서 분리돼 현재 그룹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부터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중심으로 마트,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의 사업을 맡고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백화점, 면세점 등의 사업을 맡아 경영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각각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의 남매경영 구도가 확실해졌다. 정용진 부회장은 타고난 사업 감각을 발휘해 ‘이마트’를 국내 대표 대형마트로 자리매김시킨 데 이어 아웃렛과 스타필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쇼핑과 휴식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쇼핑 문화를 창조했다. 아울러 정용진 부회장은 일찍이 온라인과 모바일 유통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관련 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써왔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패션을 맡아 신세계만의 고급스러운 정체성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맡은 백화점은 글로벌 톱5에 오른 강남점을 필두로 실적을 경신해가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새 사업인 면세점 또한 후발주자인데도 단기간에 톱3 자리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렸으며, 화장품과 패션사업에도 나서며 덩치를 키웠다. 동시에 유통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제조 기반을 갖춘 까사미아를 인수 합병하면서 토털 라이프스타일 창조 기업으로서 전성기를 열었다. 이처럼 남매경영의 시너지 때문인지 성장세는 지속됐지만, 최근 두 남매의 상반된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연일 세간의 이슈를 만드는 반면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은 외부에 자신을 거의 노출하지 않으며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