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76년간 1등 간장 회사로 자리매김한 샘표
2023-01-18 이석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보고는 몰라요~들어서도 몰라요~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 간장”, 국내 최초의 CM송인 이 ‘샘표 간장’ CM송은 196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간장=샘표’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당시엔 ‘장은 집에서 담그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누구나 장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리기 위해 샘표가 간장 광고에 공격적으로 나선 결과다.
최근 식품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도 국내 간장 시장 판매량 55.6%를 차지하는 샘표도 4년 만에 간장 가격을 인상하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 먹는 간장...‘샘표 진간장’ 인기
샘표의 창업주 고(故) 박규회 회장은 해방 직후 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같은 처지의 피난민들에게 장을 제공하기 위해 1946년 회사를 설립하고 ‘샘표 간장’을 선보였다.
간장은 집에서 담가 먹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 ‘사 먹는 간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 1966년에는 ‘진하고 구수한 맛을 가진 간장’이라는 의미를 담은 ‘샘표 진간장’을 선보이는 등 제품 다각화에도 힘썼다.
출시 직후 다양한 요리에 두루 쓰이는 간장으로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진간장’은 시판 간장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간장 파동’ 위기 맞기도...
신문에 이어 CM송이 더해진 TV광고까지 제품 홍보를 하며 승승장구하던 샘표 간장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1985년 무허가 간장 업체가 불량 원료를 사용해 비위생적으로 제조한 간장을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간장 불매 운동을 벌인 일명 ‘간장 파동’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간장 파동’으로 장류 업계는 물론 당시 간장 업계 1위였던 샘표 역시 매출이 급감했다.
샘표는 처음으로 찾아온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기업 대표였던 고(故) 박승복 사장이 TV광고에 출연한다.
해당 광고에서 박 사장은 주부들의 공장 견학을 제안해 공장을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위생적으로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부들의 공장 견학에는 작업복 차림의 박 사장이 동행해 직접 확성기를 들고 제조 공정을 설명했다.
이에 샘표는 제조 공정이 잘 갖춰진 식품기업이라는 인식을 얻게 됐고, ‘간장 파동’ 이전보다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끊임없는 연구·개발(R&D)
1980년대 후반 금전적 여유가 생긴 중산층에서 고급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하자 샘표는 1987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간장 공장을 짓고, 고급 간장 개발에 돌입했다.
이에 1989년 샘표의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로 꼽히는 ‘샘표 양조간장 501’이 탄생했다.
‘샘표 양조간장 501’의 제품명은 콩 단백질이 얼마나 잘 발효됐는지 나타내는 간장 맛 평가지수 TN(Total Nitrogen)에서 1.5% 이상의 ‘특급’ 기준에 해당해 501이라는 숫자를 제품명에 붙여 만들었다.
또한 1994년 ‘샘표 맛있는 저염간장’은 일반 간장에 비해 염도를 25% 낮춘 기능성 간장으로 양조간장 본래의 풍미와 영양분은 그대로 둔 채 나트륨 함유량만 낮춰 출시했다.
진화를 거듭한 샘표는 2001년에는 콩과 소맥으로 만든 기존의 간장과 달리, 콩만을 이용한 한국 전통 방식의 ‘맑은 조선간장’을 대량 생산화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간장 회사의 사명감으로 전통 장류의 명맥을 잇는 간장을 복원했다.
더불어 조선간장 복원의 성공으로 샘표는 ‘미생물 제어 기술’로 발효식품인 조선간장의 장점은 살리면서 진한 색상과 독특한 냄새를 획기적으로 줄인 ‘연두’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열었다.
‘연두’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는 콩 발효 에센스다.
이렇듯 지난 76년간 1등 간장 회사로 자리매김한 샘표는 여전히 ‘한국의 맛’을 연구하는 데 아끼지 않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간장의 스펙트럼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4년 만에 인상된 간장 가격
연초부터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 이어 설 명절 이후 고추장을 비롯해 쌈장, 된장 등 장류 가격도 다음 달부터 10% 안팎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업계는 고추, 쌀, 대두 등 원재료 가격 급등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물류대란, 인건비와 고정비 증가 등을 가격 인상 이유로 보고 있다.
샘표는 지난해 말 편의점·대형마트 등 유통사에 판매하는 간장 17종의 출고가격을 평균 8% 인상한 바 있다.
샘표가 간장 가격을 올린 것은 2017년 이후 약 4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한편, 대상·CJ제일제당 등 다른 경쟁업체들도 역시 고추장, 간장 등 장류 제품 가격 인상할 것으로 전해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