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망사고, 한영석 대표이사는 사과하라" 규탄
2023-01-26 이석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24일 현대중공업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등의 장치 마련과 더불어 한영석 대표이사가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26일 주장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24일 가공소조립부 2공장에서 AC210 리모컨 크레인으로 3톤 철재물을 블록 소조립 공정으로 이동하기 위해 파레트에 적치 중이던 노동자가, 장비 노후로 인한 크레인 브레이크 오동작으로 크레인과 공장 내 철제 기둥 사이에 가슴 부위가 끼어 사망했다.
최근 해당 크레인의 잦은 오작동과 롤링으로 수차례 수리를 요구했으나 고장은 반복됐고 리모컨 조작 버튼이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노후화된 상태에서도 작업은 그대로 강행됐다.
표준 작업 지도서에는 주행 중 비정상적인 상태가 확인되면 작업을 즉시 중지하고 문제 사항을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노조는 중장비 분사를 철회하고, 크레인 업무 2인 1조 작업 보장과 유해 위험성 평가에 노조 참여 보장 등과 함께 한 대표이사의 공개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2020년 산보위를 통해 이미 크레인 2인 1조 작업 명문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이 거부해 다시 노조는 지난해 4월 30일 공문으로 리모트 크레인 1인 지상 작업이 위험하니 대책을 마련하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이번에도 사측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며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안전보건관리규정 크레인 끼임 사고 예방요령에 따르면 끼임 위험장소에는 근본적으로 작업을 시킬 수 없고 안전한 작업장소를 지정해 작업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안전 통로도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위험요인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법에 따라 기본적으로 취해야 할 안전조치가 현대중공업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결국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특히 지난 2016년 중장비 관리 업무를 자회사인 모스로 분사한 이후 크레인 및 설비 작업 중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정비 업무는 모스의 하청업체에게 맡겨져 더욱 위험해졌다.
이번 사고 5일 전인 19일에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하청노동자가 원유 운반선 화물창 청소작업을 위해 20미터 높이의 계단에서 내려오다 추락해서 사망했다.
수직 사다리인 계단에 추락할 수 있는 개구부가 있었고 안전그물만 설치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472명의 원청, 하청노동자가 현장에서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측이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외면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내팽개친 결과 매년 10명꼴로 노동자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중대 재해가 ‘낙하·추락·끼임·질식’ 등 원시적인 사고다.
이는 각각 출입 금지, 추락 방호망, 센서, 송기 마스크 등 간단한 안전조치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다.
하지만 사측은 중대 재해가 나면 ‘안전 최우선을 제 1경영 방침으로 하고 있다’고 말만 늘어놓고, 정작 돈이 들고 시간이 든다는 이유로 안전조치 의무는 저버린 채 재발 방지 대책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중대 재해가 반복해도 여전히 안전 예방보다 속도와 효율이라는 생산제일주의, 노동자의 생명은 언제나 이윤보다 뒷전인 기업의 탐욕,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고를 낸 기업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는 감독기관과 사법부가 모두 중대 재해의 원인 제공자”라고 말했다.
또한 “기업은 기꺼이 살인을 저지르고 권력은 그런 기업을 두둔하고 감싸는 이 나라에서 노동자에게 공장은 생산의 현장이 아니라 생존의 공간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책임자를 엄벌하고 책임을 분명히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중대 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