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협력사 ‘대금 조기 집행’ 나선 기업들

2023-01-27     이석원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의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해 기업들이 조기 대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설 연휴를 앞두고 상여금, 임금, 원자재 대금 등으로 협력사들의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집중되는 부담을 해소하는 데 납품 대금 조기 지급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협력사 대금 1조1000억 조기 집행

삼성은 설 명절을 앞두고 중소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내수 경기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협력회사 물품 대금 조기 지급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물품 대금을 최대 보름 이상 미리 지급할 계획이다. 물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웰스토리 등 총 11개 계열사가 참여하며, 지난 25일 삼성전기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부터 명절 전 물품 대금을 앞당겨 지급하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회사와의 거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결제해왔으며 2011년부터는 물품 대금 지급 주기를 1주일로 단축했다.

◇현대차그룹, 협력사에 1조4402억 납품 대금 조기 지급

현대자동차그룹이 설 연휴를 앞두고 협력사의 자금 부담 완화를 위해 납품 대금 1조4402억 원을 예정된 지급일보다 최대 26일 앞당겨 지급한다. 이번 납품 대금 조기 지급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건설·현대제철·현대위아 등에 부품· 원자재, 소모품 등을 납품하는 3000여 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매년 설, 추석 명절 전 협력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납품 대금을 선지급해왔으며, 지난해 설과 추석에도 각각 1조8767억원, 1조2354억 원의 대금을 조기 집행한 바 있다.

◇한화, 협력사 대금 900억 조기 지급

한화그룹도 설 명절을 앞두고 약 1500여 개의 협력사의 자금 운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물품 대금을 현금으로 조기 지급한다. 계열사별로는 ㈜한화 121억 원, 한화솔루션 277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44억 원, 한화디펜스 114억 원, 한화토탈 90억 원, 한화시스템 70억 원 등 약 900억 원의 대금을 평소보다 최대 54일 정도 앞당겨 지급한다.

◇이마트·신세계백화점·SSG닷컴, 협력사 납품대금 2200여억 조기 집행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등도 설을 맞아 중소 협력업체들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2200여억 원 규모의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먼저 이마트는 총 1100억 원에 달하는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할 예정이며, 지난 2008년부터 중소 협력회사의 납품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해 협력업체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번 설 대금 지급 예정일은 다음 달 10일이지만 14일 앞당겨 설 연휴 전인 이날 2300여 개 협력업체에 약 500억 원의 납품 대금을 앞당겨 지급한다. SSG닷컴도 다음 달 10일, 15일 상품 대금을 최대 19일 단축해 이날 총 8376개 협력업체에 상품 대금 620여억 원을 조기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 대금 조기 지급으로 상생 협력 확대

설 명절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협력업체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공사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등 상생 실천에 돌입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 최초로 지난 2010년부터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온 포스코건설은 설 명절을 맞아 중소 협력사들의 거래대금을 최대 17일 앞당겨 지급한다. 포스코건설은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설 명절을 맞아 중소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해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거래대금 중 670억 원을 설 명절 5일 전인 이날 지급할 계획이다. 이번 지급 대상은 최근 포스코건설과 거래하고 있는 약 620여 개 중소기업으로 거래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 호반그룹도 최근 470여 개 협력사에 공사대금 1447억 원을 전액 현금으로 사전 지급했다. 호반그룹 건설계열인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매년 명절마다 협력사의 자금 운용 지원을 위해 공사대금을 신속하게 지급해오고 있다. 또한 호반그룹은 올해부터 매월 지급되는 공사대금 지급일도 앞당기기로 해 앞으로 호반그룹은 매월 말 마감한 공사대금을 다음 달 10일에 각 협력사에 현금 지급할 예정이다. 중흥그룹 역시 협력사들을 위해 약 1200억 원 규모의 공사대금을 설 명절 전에 현금으로 조기 지급한다. 지급 대상은 전국 50여 개 공사 현장의 협력사들로, 임금·자재 대금을 원활하게 지급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중흥그룹은 지난해 추석 명절 전에도 공사대금 1000억 원을 조기 지급한 바 있다. 더불어 동부건설은 약 800억 원 규모 거래대금을 최대 10여 일 앞당겨 지급했고, 화성산업도 하도급대금 약 100억 원 규모의 하도급대금을 설 명절 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반도건설도 협력사 350여 곳에 600억 원 규모 공사대금을 조기에 집행했고, 협력업체와 상생 경영 차원에서 지난 2018년부터 명절 전 공사대금 조기 지급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또한 그룹사의 방침에 따라 각각 중소 협력사에게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할 방침이다.

◇철강·조선업계도 적극적인 상생 행보

27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 맏형 포스코는 이번 설을 맞아 거래기업에 대금 3500억 원을 앞당겨 지급한다. 포스코는 설비 자재 및 원료 공급사와 공사 참여기업 등 거래기업에 매주 두 차례 지급해오던 대금을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24일부터 오는 28일까지 5일간 매일 지급한다. 또 매월 초 지급하는 협력사의 협력작업비도 앞당겨 해당 기간 동안 매일 지급한다. 포스코는 거래기업과 상생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납품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그 범위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했다. 조선 맏형 현대중공업도 설 연휴를 앞두고 협력사에 자재 대금을 조기 지급하며 지속적인 상생 경영에 나섰다. 이번에 조기 지급의 혜택을 받는 협력회사는 700여 개사고, 금액은 약 1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사들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납품한 자재의 대금을 정기지급일인 다음 달 3일보다 10일 앞당겨 설 연휴 전인 지난 24일에 지급했다.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의 자재 대금도 정기지급일인 다음 달 15일보다 18일 단축해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미포조선도 지난 24일과 오는 28일 2회에 걸쳐 400여 개의 협력사에 총 400여억 원의 자재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이통3사도 ‘상생’ 도모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도 설 연휴를 앞두고 상생 실천에 팔을 걷었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는 설 연휴 시작 전 SK브로드밴드, SK스토아 등 정보통신기술(ICT) 패밀리사와 함께 1100여 개 중소 협력사와 전국 270여 개 대리점 등에 약 850억 원 규모 대금을 조기 지급할 계획이다. 이번 대금 조기 지급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서비스 품질 유지에 만전을 기한 네트워크 시설 공사·유지보수, 서비스 용역 등을 담당하는 중소 비즈니스 파트너 재정 부담을 경감하고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KT도 설 명절을 앞두고 오는 28일까지 협력사 납품 대금 756억원을 조기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납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KT뿐만 아니라 KT스카이라이프, KT DS, KT 알파, KT 엔지니어링, 이니텍 등 5개 계열사도 동참한다. 앞서 KT는 지속적으로 설과 추석 명절에 파트너사 대상으로 납품 대금을 앞당겨 지급해온 바 있으며, 지난해 추석에도 KT와 계열사들은 총 1177억 원 규모의 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LGU+도 설을 맞아 2000여 중소 협력사들이 안정적으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납품 대금 300억 원을 100% 현금으로 조기 지급한다. LGU+도 지난 2014년부터 추석과 설 명절 전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해 협력사들과 상생을 도모해왔으며, 지난해 말 기준 7년간 조기 집행된 납품 대금 누적 액수는 3000억 원에 달한다. LGU+는 이번 납품 대금 조기 지급이 협력사의 신제품 생산 및 설비 투자, 연구개발 비용 등에 조기 확보한 대금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