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구글·넷플릭스 등 OTT, ‘갑질 행위’로 공정위에 ‘철퇴’

2023-02-14     이석원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앞으로 어려웠던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의 멤버십 계약해지, VOD 콘텐츠 결제 취소 등이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구글, 넷플릭스, KT, LG 유플러스, 콘텐츠웨이브 등 5개 OTT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멤버십 계약해지, VOD 결제 취소 등 청약 철회를 방해한 행위 등을 적발하고 그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태료 195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짓 사실을 알려 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방해한 행위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온라인동영상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하고 이를 시청하지 않은 경우 구매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언제든지 그 구매를 취소(청약 철회)하고, 구매금액을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사업자들은 이처럼 법에서 보장되는 수준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각자의 청약 철회 조건을 정했고, 그 불리한 조건을 서비스 판매화면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내했다. 우선, 구글과 넷플릭스는 각각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일단 계약 체결 이후에는 청약 철회가 불가능하고, 다음 달 서비스에 대한 계약해지만 가능하다’고 알렸다. 또 KT는 ‘올레tv모바일’ 동영상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구매일로부터 6일 이내, 콘텐츠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또한 LG 유플러스는 단건형 상품을 판매하면서 멤버십 포인트 사용 시 결제 취소가 불가하다고 안내했고, 구독형 상품에 대해서도 가입 첫 달은 해지가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더불어 콘텐츠웨이브는 ‘웨이브’에서 구독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모든 상품은 선불 결제 상품이므로 결제 취소 및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이처럼 사업자들이 소비자의 청약 철회 권리에 관한 사항들을 사실과 다르게 알림에 따라, 법정 기간 내에 정당하게 멤버십 계약해지나 VOD 결제 취소 등을 할 수 있었던 소비자들은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공정위는 이런 행위들이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해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자의 신원에 관한 정보 제공 의무 위반행위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버몰 초기 화면에 상호 및 대표자 성명, 영업소 주소 등을 표시하고, 그 초기 화면을 ‘공정위 홈페이지’에 있는 사업자 정보 공개 웹페이지에 연결해야 하며, 판매화면에 통신 판매업 신고 번호 등을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 넷플릭스, KT, LG 유플러스 콘텐츠웨이브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버몰 초기 화면 등에 자신의 신원정보를 표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구글, 넷플릭스는 사이버몰 초기 화면을 공정위 사업자 정보 공개 페이지에 연결하지 않았으며, LG 유플러스는 통신 판매업 신고 번호를 판매화면에 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위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이 거래하는 사업자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웠고, 이에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제10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청약 철회 기한·방법·효과에 관한 정보 제공 의무 위반행위...구글·넷플릭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계약 체결 전에 소비자가 거래 조건에 관한 사항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수나 착오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청약 철회의 기한·방법·효과 등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과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위 때문에 소비자는 청약 철회의 기한·방법·효과 등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워 법적으로 보장받는 청약 철회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청약 철회를 할 수 없게 한 행위...KT·LG 유플러스·콘텐츠웨이브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회원가입, 계약의 청약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는 회원 탈퇴, 청약 철회, 계약의 해지·해제·변경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KT, LG 유플러스, 콘텐츠웨이브는 멤버십 가입과 같은 계약 체결은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하면서, 계약의 해지·해제·변경 등은 온라인으로 할 수 없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KT는 ‘올레tv모바일’의 온라인동영상 이용권을 판매하는 화면에서 ‘청약 철회 행사 방법 1:1문의 및 고객센터’라고 표시한 후 1:1문의 게시판을 통해 청약 철회 의사를 밝힌 소비자에 대해 ‘고객센터로 전화 연락을 하도록’ 안내했다. 또 LG 유플러스는 ‘유플러스모바일티비’ 및 ‘유플러스고객센터’를 통해 온라인동영상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 연락을 해야만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또한 콘텐츠웨이브는 옥수수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동영상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청약 철회를 원하는 경우 고객센터로 신청하도록 안내했다. 사업자들의 이러한 행위로 계약을 해지하려는 소비자는 고객센터로 전화 연락을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었고, 이에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제5조 제4항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으로 소비자들은 온라인동영상 서비스 멤버십 계약해지, VOD 콘텐츠 결제 취소 등을 할 때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보장되는 청약 철회권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온라인동영상 서비스를 비롯한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소비자의 권익이 더욱 두텁게 보호될 수 있도록 법 집행과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