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 그 명과 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42명 산재 사망…지난해보다 10명 줄어 의미있는 수치일까...실효성은 의문

2023-02-28     이석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지난 27일로 한달 정도 지났지만,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의 강한 반발 등 극심한 진통 속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애초 입법 취지대로 각종 산업 현장의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하는 법안으로,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규모 5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 본격 시행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7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26일까지 한 달간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35건, 사망자 수는 총 4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사망사고 건수는 52건에서 17건 줄고, 사망자 수도 52명에서 42명으로 10명 감소했다. 올해 한 달간 사망자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건설업 15명, 기타 업종 9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고로 범위를 한정하면 사망사고는 9건, 사망자는 총 15명이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은 사망사고 5건, 사망자 6명이 발생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6건, 5명이 줄었다. 또한 제조업에서 사망사고는 4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건 줄었으나 사망자 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3명 늘어난 9명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사고가 지난해 동기 대비 전반적으로 감소한 만큼 ‘예방효과’를 일부 봤던 것으로 해석된다. ◇ 실효성은 글쎄? 그러나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수치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산재 위험도가 여전히 높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전남 여수국가산단 여천NCC 폭발 사고(4명 사망), 삼표산업 채석장 토사 붕괴 사고(3명 사망) 등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16일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속 자재 제조업체에서는 근로자 16명이 독성 물질에 무더기로 중독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에 노동부는 경기도 양주 채석장 매몰 사고로 3명이 숨진 삼표산업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데 이어 요건을 충족한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들에 법 적용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재해 예방을 강화하는 움직임보다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전국에서 77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로는 2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 등으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산업계도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크게 바뀐 게 없자 ‘과잉 입법’이라며 처벌을 통해 중대재해를 방지하고자 한 현 법안 취지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고 원인 대부분은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해 봐도 작업 현장은 똑같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현장 근로자들은 근무상 불편함이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잦고, 현장 근무 사이엔 관리자와 근무자 간 ‘갑을 관계’가 형성돼있다. 그런데 예방이 아닌 처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눈에 띄는 사고 감축 효과는 없고 일선 현장의 부담만 늘어나는 중인 것이다. 아울러 상·하도급 업체 간 책임 소재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면책 조항마저 없고 업계 목소리가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잉 처벌 문제까지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