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무력 침공한 러시아, 경제는 융단폭격 당해
2023-03-03 전수용 기자
세계 4위 외환보유국 러시아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4위 수준으로 사실상 이 돈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로 자금 유입이 끊어지더라도 필요한 상품을 수입하는 재원이 되기도 한다. 이 외환보유액은 달러·유로·위안·금으로 구성됐다. 미국과 유럽이 공동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이 가운데 달러와 유로가 최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히게 됐다. 러시아가 보유한 미국과 유로화 국채는 각각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에 보관돼 있고 각각 현지에서 매각해야 현금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거래 자체를 봉쇄하면 러시아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세계은행, 親 러시아 ‘벨라루스’ 지원 중단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세계은행을 통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접국 벨라루스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까지 단행할 예정이다. 3일 로이터·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적대 행위에 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진행 중인 모든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연합 군사훈련 명목으로 자국 내 러시아 병력 배치를 늘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도왔다. 세계은행은 또 “2014년부터 러시아에 신규 대출이나 투자를 승인하지 않았고 벨라루스에는 2020년 중순부터 신규 대출이 없었다”도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았고, 벨라루스는 2020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부정 선거 논란 속에 당선된 뒤 선거 항의 시위를 강경 진압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날 발표는 세계은행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약속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앞서 지난 2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에 30억 달러(3조6천억원) 규모의 패키지 자금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이 199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에 대출해준 규모는 160억달러(약 19조원)가 넘는다고 통신은 전했다.일본도 금융제재 본격화
일본 정부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은행 7곳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제재 도입에 따라, 추가로 4곳의 자산 동결 제재도 가하겠다고 밝혔다. 산케이 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이날 오전 재무성에서 기자들에게 유럽연합(EU)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은행 7곳을 배제하는 제재를 가한 것을 거론하며 새롭게 4곳의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EU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 제2의 은행인 ▲VTB방크 ▲방크로시야 ▲방크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프롬스비야지방크(PSB) ▲VEB 등 7개 은행에 대해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도입했다. 일본은 이미 이 가운데 ▲방크로시야 ▲VEB ▲PSB 등 3개 은행의 자산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나머지 4개 은행인 ▲VTB방크 ▲방크 오트크리티예 ▲소브콤방크 ▲노비콤방크에 대해서도 새롭게 자산을 동결하는 것이다. 오는 4월 2일부터 적용된다. 일본 정부로서는 EU의 제재에 발을 맞추며 제재 대상을 늘려, 러시아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막아 제재 효과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에너지 부분에 강한 가스프롬방크의 자산 동결은 보류했다. 에너지 공급 영향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EU도 이 2곳의 은행은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올해 러시아 경제 ‘역성장’ 전망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의 경제제재는 결국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 유럽연합(EU) 동맹이 러시아 은행과 기업에 부과한 제재가 러시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 경제 전반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2일(현지시간)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 증가에서 7%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 경제는 전세계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2020년 3% 역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4.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다른 국가와 무역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가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유로존과 영국의 대러 수출 비중은 각각 2.9%, 0.9%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러한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높은 물가상승률이 가계와 기업을 강타해 전세계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강력한 제재와 함께 전쟁이 길면 2023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습 제한으로 보복한다면 러시아 GDP는 내년에도 7% 급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