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이어지는 강(强)달러, 투자해도 될까

2023-03-10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강달러 현상이 눈에 띄게 계속 되고 있다. 높아진 달러 인기에 KB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도 1달 만에 4조원 가량 급증해 7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이어진 강달러로 환율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과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달러에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1달 만에 32.7원 상승

10일 오후 2시 40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3원 내린 1229.2원에 거래되고 있다. 4거래일 만에 하락전환했으나 지난달 10일 종가인 1196.5원에 비교하면 32.7원 오른 수치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은 금리인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영향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난달 24일 1202.40원(종가)을 기록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을 돌파했다. 이달 4일에는 ‘1차 저항선’인 1210원을, 7일과 8일에는 각각 1220원과 1230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특히 대선 전날인 8일 1237.00원을 기록하며 1년 10개월 만에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국제유가 급락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완화 영향으로 하락했다. 전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5달러(12.1%) 하락한 배럴당 10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예금, 1달새 4조 몰려

1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4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87억9606만 달러(약 72조7300억원)로 지난 1월말(556억816만 달러) 대비 31억8790만 달러(약 3조9400억원) 급증했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은 지난해 11월 607억988만 달러로 전달 대비 10억8582만 달러 증가하면서 정점을 찍은 뒤 두 달 연속 내리막길을 탔다. 하지만 러시아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지정학적 이슈에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와 원화의 특성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전쟁이 발발했고 역시 예상과 달리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으며, 이런 때는 가장 안전한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마다 환율의 향방을 궁금해하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달러 강세, 과연 전쟁 탓일까

이같은 상황과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수출 위주 국내 산업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까지 적자였던 무역수지가 지난 2월 흑자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수출 기업들의 달러 수입도 감소하다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연하면, 증가한 달러 예금에 안전자산 선호와 관계없는 달러 물량의 유입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달러 예금 증가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결과라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 상승에 베팅했다”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뺐지만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한국 채권 시장 투자는 늘렸다. 단순히 환차익을 노린 베팅이었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을 회수하는 게 일반적인 현장이다. 때문에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안전자산이지 환율의 오르내림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개인이 자산 배분 차원을 넘어 달러에 거액을 베팅하는 전략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전쟁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큰 데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단기 환차익을 노렸다가 손해를 본 개인이나 기업이 적지 않다”며 “주기상 지금의 원·달러 환율은 고점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