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3월 14일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2023-03-14     어기선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91년 3월 14일에는 제1차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구미 공업단지 안의 두산전자가 페놀 30여톤을 낙동강에 흘린 사건이다. 이후 4월 22일 제2차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때는 1.3톤의 페놀을 낙동강에 흘렸다. 페놀은 대구 지역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다사취수장으로 유입됐고, 염소를 이용한 정수 처리 과정에서 클로로페놀로 변해 악취를 유발시켰다. 당시 대구시민들이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고 신고했지만 취수장에서는 원인을 규명하지 못해 다량의 염소 소독제를 투입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사건 경위

두산전자는 페놀폐수를 전량 소각 처리해야 함에도 1990년 10월부터 소각로 2기 중 1기가 고장 나면서 폐드럼통에 보관했다가 하루 2.5톤 가량을 무단으로 방류했다. 이에 1991년 3월 20일까지 5개월여 동안 무려 370여톤의 페놀폐수를 무단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환경청 직원들은 현장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 단속서류를 작성했다. 대구시 상수도 당국은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2년 전부터 폐놀로 인한 수돗물 악취 신고를 여러 차례 접수 받고 실제로 수돗물에서 페놀이 검출됐지만 단순한 여름철 악취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페놀로 고통 받은 영남 주민들

페놀은 낙동강을 타고 밀양, 함양, 부산까지 피해를 주면서 낙동강 수계에 있는 1천만명 가량 되는 영남지역 주민들이 페놀 오염 수돗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당시 사건은 단순 수돗물 악취소동으로 넘어갈 뻔했지만 KBS대구방송총국 류희림 기자의 현장취재로 인해 페놀오염으로 확인됐다.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최초 보도한 KBS 류희림 기자는 이 사건 특종 보도로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특종상과 KBS보도 금상을 수상했다.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으로 불리고 있지만 두산전자의 페놀수지 저장탱크 고장으로 인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낙동강 두산전자 페놀유출 오염사건’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었다.

박용곤 회장 물러나

이미 임신한 부인이 유산되면서 대구지역 주민들이 엄청난 악취와 환경오염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더욱이 정화비용 500만원을 아끼기 위해 페놀을 여러차례 버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산전자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야 했다. 또한 두산전자에 대해서는 64일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환경오염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시민들의 불매운동으로 파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우리나라 최초의 자발적인 시민불매운동의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녹색연합에서는 1999년 ‘50년대 이후 발생한 대한민국 환경 10대 사건’ 중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1위로 선정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단위 환경보호단체들이 결성되고, 대검찰청에는 환경과가 신설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산그룹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두산그룹은 그 한해 주력상품인 OB맥주 등 상품 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