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기축통화’로서 의심받는 ‘달러’

2023-03-21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당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와 달리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긴장의 연속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동안 기축통화로 여겨져 왔던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중국의 화폐인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져 가고 있어 향후 상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꾸준히 오르는 위안화

21일 하나은행이 제공한 환율변화에 따르면 최근 10년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1위안당 160원∼190원으로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등락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1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전 양상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실제로 1년전에는 1위안당 170원이었다가 현재는 1위안당 190원을 기록 중이다.

위완화는 원화의 ‘프록시 통화’

통상적으로 위원화는 원화의 ‘프록시 통화’로 불린다. ‘프록시 통화’란 유동성이 적어 거래가 어려운 통화의 거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변 통화들과 동조화되고 유동성이 풍부한 다른 통화 자산을 해지하는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를 의미한다. 부연하면, 위안화와 그림자처럼 비슷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위안화에 투자하려면 그냥 원화에 투자하는 게 편리하기도 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가 중국 경제의 부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 함께 침체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역시 함께 그 반대의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의 위안화 환율 그래프는 그동안 유사한 길을 걸어왔던 원화와 위안화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지가 1년쯤 됐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최근 위안화 환율의 움직임은 어떤 나라의 통화는 왜 어느 때에 강세가 되고 어떤 이유로 약세가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그리고 이런 조건에서 원화는 어떤 흐름을 보일지 예측하는 단서를 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의 금리가 미국의 금리보다 더 높은 이유를 들고 있다. 즉, 중국의 금리가 미국의 금리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더 많이 오르는 통화가 강세를 보인다. 중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더 빨리 올랐다고 표현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른다. 미국은 최근 금리 인상의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고, 중국은 반대로 금리를 내리고 있으니 오히려 반다가 아닌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금리는 숫자로 표현되는 명목금리가 아니라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금리를 의미한다. 최근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중국은 금리를 인하하긴 했지만 물가는 미국이 훨씬 더 많이 올랐기 때문에 물가까지 감안한 실질 금리의 변화는 오히려 중국의 실질금리보다 더 높다. 때문에 미국 달러화 보다는 위안화가 더 강세를 보인다.

수출에 ‘훈풍’ 만난 중국

또 다른 이유를 덧붙이자면 중국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위안화 강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런 영향으로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에도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에너지 수입액의 증가로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달러, 기축통화 맞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도 위안화 강세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여파가 중국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화 약세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사건을 통해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에서 달러화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달러 비중을 줄이고 위안화 같은 대안을 늘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강세 요인이다. 실제로 최근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를 팔 때 달러 대신 위안화를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을 지키기 위해 수십년전 암묵적으로 지켜졌던 “달러로만 원유를 사고 판다”는 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는 신호이다. 역시 위안화 강세의 원인이 될만한 요인인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은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미국 달러화의 강한 힘과 네트워크를 통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동결시켰다”면서도 “그 여파가 달러화에 대한 복종이 아닌 미국 달러화에 대한 각국의 의심을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