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아마존 매트리스’ 지누스, 현대백화점그룹 품으로

2023-03-23     이석원 기자
사진=현대백화점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매트리스 전문 기업인 지누스를 창사 이래 최대 투자액으로 인수하면서 지누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2일 지누스 창업주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경영권 포함)를 7747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누스는 국내 인지도는 다소 낮지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판매 1위를 기록해 '아마존 매트리스'로 불릴 정도로 글로벌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지누스 창업주인 이 회장은 회사의 지속 성장 가능성과 사업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인수한 현대리바트와 2019년 계열사로 편입한 현대 L&C에 이어 이번 지누스 인수로 리빙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3대 브랜드로 성장한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은 1971년 설립된 ‘금강개발산업’이 기원이다. 당시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복지, 단체 급식, 작업복 지원 등을 담당하는 회사였지만, 1977년 ‘현대쇼핑센터’를 열며 유통업을 개시했다. 그러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개점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이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닌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으로 변해야 한다는 발상을 토대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앞세운 ‘문화 백화점 전략’을 선보였다. 이는 후발주자였던 현대백화점이 국내 유통업계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한 외환위기(IMF)로 국내 백화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며 구조조정이 이뤄지던 1990년 후반에는 ‘신규점 출점’과 ‘인수합병(M&A)’으로 역발상 경영을 펼치기도 했다. 2000년에 사명을 지금의 ‘현대백화점’으로 바꿨고, 이듬해 TV홈쇼핑 사업권을 획득하며 온·오프라인 유통사업의 양대 성장 축을 마련했다. 또 2010년에 장기 목표를 담은 ‘비전 2020’을 발표한 이후 대규모 투자와 10여 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유통에 이어 패션, 리빙, 인테리어까지 사세를 넓혔다. 더불어 2020년에는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뷰티·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고,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의 10년 뒤 미래 청사진이 담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유통 부문 계열사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비백화점 부문은 차남인 정교선 부회장이 이끄는 체제다. 아울러 그룹의 핵심인 현대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3대 메이저 백화점으로 꼽히는 유통업체다.

◇ ‘아마존 매트리스’ 지누스

지누스는 외국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토종 한국기업인 매트리스·침구 가구류 제조업체다. 1979년 ‘진웅기업’으로 설립된 지누스는 텐트 제작 회사로 2000년대 초반까지 텐트 등 캠핑용품이 주력 제품이었다. 한때 지누스는 세계 텐트 시장 점유율이 35%에 달하기도 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영 사정이 급속히 악화돼 2005년 코스피에서 상장이 폐지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2000년에 ‘지누스’로 사명을 변경한 후 2000년대 중반부터 매트리스 제조판매로 주력사업을 바꿨다. 지누스는 2006년 세계 최초로 침대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한 후 상자에 담아 배송해주는 기술을 상용화해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지누스는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 일본을 거쳐 영국·독일·스페인 등 유럽에도 진출해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 이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내 매트리스 판매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며, 특히 2014년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30%대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해 일명 ‘아마존 매트리스’로 불리게 됐다. 이렇게 성장 가도를 달리던 지누스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물류대란으로 또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이에 지누스는 지난해 SK네트웍스와 지분 등을 매각하는 협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현대백화점그룹 품에 안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