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3월 24일 결핵균 발견,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

2023-03-24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882년 3월24일 오늘은 하인리히 헤르만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의 원인이 되는 균을 발견한 날이다. 하노버 왕국 클라우스탈에서 광산 기사의 아들로 태어는 로베르트 코흐는 괴팅겐 대학교에서 프리드리히 구스타프 야코프 헨레 밑에서 의학공부를 했고, 1866년 졸업했다. 의대생 시절 루이 파스퇴르의 미생물 연구에 관심을 갖게 돼 베를린 대학교에서 미생물 연구를 했다. 1866년 1월 의대를 졸업하고 높은 명성을 얻었으며, 의사자격시험에 합격, 의사가 된 코흐는 시골에서 근무하다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 군의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일생

종전후 볼슈타인(지금의 Wolsztyn)에서 지역 의사로 일하면서 탄저에 대해 연구, 1876년 브레슬라우 대학교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가축 실험으로 발표했다. 코흐의 연구결과는 여러 나라에 알려져, 미생물학 발전에 공헌했다. 1881년 베를린 국립 위생원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세균의 표본 고정법·염색법·현미경 촬영법을 창시했고, 이듬해 1882년 3월 24일 결핵균을 발견했으며,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것도 알았다. 1883년에는 이집트를 거쳐 인도까지 여행하면서 콜레라 병원균을 발견했다. 1890년 결핵균에 대한 항원인 투베르쿨린을 발견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투베르쿨린이 효과가 없음이 드러나자 학자로서 코흐의 명성은 일시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1891년에는 베를린 국립전염병연구소의 초대 소장이 되었으며, 1905년 세균학 창시에 대한 공로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 1910년 바덴바덴에서 향년 66세로 사망했다.

세균병인설, 자본가의 이론으로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하면서 세균병인설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됐다. 루이 파스퇴르 이후 세균 감염설(혹은 세균병인설)이 지지를 얻게 됐는데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하면서 세균이 병을일으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는 자본가에게는 상당한 이론의 무기가 됐다. 19세기 말에는 천민자본주의가 강타했다. 자본가는 노동자를 혹사시켰고, 노동자는 매일 엄청난 숫자로 죽어나가야 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각종 질병에 의해 죽어나갔다. 하지만 세균병인설(세균감염설)은 노동자가 질병으로 죽어나가는 것은 자본가의 책임이 아니라 ‘세균’ 때문이라는 이론을 만들어줬다. 이는 자본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병원균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핵균 발견은 아이러니 하게도 노동자들에게는 질병 원인을 밝혀주게 했지만 그로 인한 해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하지만 자본가에게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해답을 줬다.

페텐코퍼, 환경론을 꺼내

그런데 페텐코퍼라는 사람이 1892년 10월 콜레라 환자의 설사에서 찾아낸 세균들을 한데 모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먹었다. 페텐코퍼는 약간의 설사 증세만 보였을 뿐 멀쩡했다. 세균과 질병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돌아다녔다. 즉,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존재하지만 평소 위생 상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자본가에게는 위기를 맞게 했고,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이론의 무기가 됐다.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론의 무기가 되면서 자본가에게 환경 개선이라는 압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에는 세균 감염설이 맞지만 그 기저 원인에게는 환경이라는 결론이 났다. 의학적으로 둘 다 맞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가들이 패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