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채권 ‘먹보’ 외국인, 그럴 만한 이유 ‘셋’

2023-03-25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은 순매도세를 유지하는 반면, 채권은 1년째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는 통상적으로 채권을 파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최근 외국인들인 이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어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2월에만 채권 4조원 순매수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바로 전달인 2월 동향만 봐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국내 상장 주식 2조5800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반면, 상장 채권 시장에서는 6조4270억원을 매수했다. 이 가운데 만기상환액인 2조4770억원을 제외하고도 순매수 금액만 3조9500억원에 달한다. 2월에만 채권 4조원 가량을 쓸어담은 것이다. 외국인의 이같은 채권 매수세는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지난해 1월 151조5080억원이던 외국인의 국내 상장 채권 보유금액은 지난달 221조9410억원으로 급증하며 14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70조원 넘게 증가한 규모로, 전체 상장 채권의 외국인 보유 비중도 지난해 1월 7.3%에서 지난달 9.7%로 2.4%p(포인트)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국가 신용등급

금융업계에서는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투자 규모를 줄이는 편이 좋다는 게 통설이다. 이유는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 금리도 동반 상승하게 돼 결국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한국 채권 매수세를 지속한 이유는 중국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나은 만큼, 장기적으로 안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신용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지난 2012년 9월 이후 10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AA-는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중 4번째로 높은 투자등급이다. 우리나라와 함께 영국, 벨기에, 체코, 홍콩, 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AA- 등급이다. 아울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와 S&P 평가 기준 상위 세 번째인 ‘AA’이다. 무디스 기준 AA- 등급인 홍콩·대만보다 한 단계 위고 A+인 중국·일본보다는 두 단계 위다.

압도적 국채 금리도 한 몫

이와 함께 외국인의 한국 상장 채권에 대한 지속적 매수세의 이유로 압도적 국채 금리도 꼽힌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채 10년물 금리는 2.828%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웃 나라인 일본(0.221%)과 대만(0.865%)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2.377%)와 비교해도 0.4~0.5%포인트가량 높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채권금리도 오른 영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 세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다양화 차원에서 채권을 들고 가야 한다”며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만큼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상대적으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유럽 자금 유입

이와 함께 최근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한국 국채 수요를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채 순매수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곳은 유럽(1조8010억원)이었다. 아시아(1조3000억 원)와 중동(6000억원), 미주(4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자산운용업계는 지난달 채권 순투자 중 77%가 국채였는데, 글로벌 채권투자 펀드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 불안으로 유럽 자금이 들어온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