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美 장단기 금리역전, 증시에 미치는 영향

2023-04-05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미국에서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이어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이 오히려 훌륭한 매수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2.337%, 10년물 금리는 2.331%를 기록하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지난달 29일에도 2년물이 10년물 금리를 장중에 웃돌면서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역전이 이뤄졌다. 5년물과 30년물도 지난달 28일 각각 2.56%로 오르고 2.55%로 떨어지면서 2006년 이후 첫 역전을 보였다.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란?

장단기 금리차 역전현상은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고 단기채 금리가 오르면서 발생한다. 즉, 장기 경제 전망은 좋지 않은데 단기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경우를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역전되면 1년 전후 폭락장/대공황을 경험한다는 정설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기는 10년 국고채, 단기는 2년물 국고채의 수익률을 말한다. 장기는 단기에 비해 미래에 금리 상승으로 인한 더 높은 수익을 놓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만기가 길어질수록 위험프리미엄이 커지게 되어 금리가 높아지는 원리이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 격차가 커지는 것은 경기호황. 역전되는 것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큼을 뜻한다. 장단기 금리차를 나타는 금리 스프레드에서 그래프 수치 0이하로 떨어지면 역전된 것을 의미한다.
미국

과거 사례와 달리 주식 매수 기회?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1985년 이래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침체 국면 진입(총 4번)까지 글로벌 증시는 평균 6.6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오히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비중 확대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네 번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평균 14.72% 상승했다”며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증시 고점까지 평균 수익률은 글로벌 증시 22.55%, 코스피는 55.4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 듯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된다는 게 금융권의 정설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 역전은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 자체가 경기 침체를 극복할 체력을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장단기물 차이를 살펴볼 때 2년물이 아닌 3개월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경기 변동성의 주기가 짧아진 점을 고려하면 단기물 기준은 3개월물이 더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 Fed) 의장이 경기침체 우려에 선을 그으며 언급한 10년물-3개월물 금리 스프레드는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라고 평가했다. 설령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의 신호라고 해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과거 10년물, 2년물 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 진입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이라는 시간 소요됐다”며 “현재 클리블랜드 연은의 경기 침체 확률 산출 결과는 4.7%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1998년 장단기 금리 역전 기간도 짧았던 점이 특징이다. 이번에도 일시적인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면 막연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심리를 투자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장단기 금리 역전 국면에서 국내 증시는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며 “이익 추정치 상향 업종의 비중이 현재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라며 “반도체 수출 금액이 늘면서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