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올겨울 78억마리 꿀벌 사라져, 과일 수급에는

2023-04-07     이영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올겨울 꿀벌 78억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관련 피해 농가당 1천만원 한도의 농축산경영자금을 연 2.5%의 고정금리로 융자 지원할 방침이다. 핵심은 벌꿀 수급과 작물 꽃가루 받이(수분) 피해이다. 정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과일농가의 근심은 깊다. 벌꿀의 수급이 제한적이면 그에 따라 과일꽃의 수분이 제한적이고 그로 인해 올가을 과일 열매가 제대로 맺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육 마릿수는 6% 적어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평균 이맘 때 전구에서 사육되는 양봉용 꿀벌은 약 255만 봉군(1봉군은 약 2억마리) 가량이다. 그런데 올해는 꿀벌 78억마리가 폐사되면서 사육 마릿수는 6% 적은 240만 봉군으로 파악했다. 폐사한 봉군의 벌꿀 생산은 인근 다른 봉군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벌꿀 공급은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는 파악했다. 실제로 꿀벌 사육 마릿수가 153만 봉군으로 가장 적었던 2011년에도 벌꿀이 평년(1만4000t)보다 많은 2만t(톤)가량 생산됐다. 벼, 밀, 보리는 곤충이 없어도 자가 수정을 할 수 있고, 사과와 배는 꽃가루 분사기를 활용해 인공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작물 재배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꿀벌 폐사 피해를 입은 양봉농가를 위해 농가당 1천만원 한도의 농축산경영자금을 연 2.5% 고정금리로 융자한다는 계획이다. 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꿀벌응애류, 꿀벌낭충봉아부패병, 꿀벌노제마병 방제용 약품을 신속히 지원한다. 양봉업계에서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벌 구매자금은 지자체가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봉군 가격 상승

문제는 과일 재배 농가의 근심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꿀벌을 많이 화라용하는 시설원예는 일시적으로 꿀벌 구입이 지연되고, 꿀벌 수요가 겹치면서 봉군 가격이 상승하면서 단기적으로 꿀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시설원예 분야 꿀벌 사용량(’20)은 수박농가의 경우 23만3천 봉군, 딸기 7만4천 봉군, 참외 6만4천 봉군, 멜론 1만5천 봉군이 필요하며, 봉군 당 가격은 연평균 15~20만원에 형성됐으나, 올 3월에는 15~30만원까지 훌쩍 뛰어 올랐다.
사진=픽사베이

과일 농가 근심 깊어져

이로 인해 과일 재배 농가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딸기 과일은 꽃가루받이에 꿀벌 의존도가 높은데 과일 농가가 꿀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수박은 꿀벌 의존도가 90%를 넘긴다. 꿀멀이 없으면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꽃가루받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은 떨어지고 비용도 늘어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밀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과일 수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면 그에 따라 과일 가격의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2006년 미국에서 꿀벌 실종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때마다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꿀벌 실종 사태가 발생하면서 식량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