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샌드위치 신세’ 중소기업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촉구
중기중앙회 등 18개 단체,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 받기 기자회견’ 개최
중소기업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하고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해야”
2023-04-11 이석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등이 가격상승분을 납품 대금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으면서 중소기업들의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과 대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토로하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했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중기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사)한국창호커튼월협회,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를 비롯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포함한 18개 단체가 참여했다.
먼저,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중소기업 304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한 중소기업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은 공급원가 중 원자재비가 58.6%에 달해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2020년 대비 현재 원자재 가격은 51.2%나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원자재값 급등으로 경영 여건이 매우 악화됐다는 응답도 75.2%에 달했다.
그러나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 받는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했고, 전부 미반영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도 49.2%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상승분을 납품 대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관행적인 단가 동결·인하’가 73.5%로 가장 많이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중소기업들은 향후 원자재값 상승분이 납품 대금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생산량 감축(41.9%), 일자리 축소(32.9%), 공장폐쇄(9.6%) 등으로 대처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별도의 요청 없이 원자재 가격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 경영 여건 변화에 대해서는 95.4%가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원자재 변동분 단가에 의무적 반영(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91.7%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우리 경제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이 25%를 가져가는 상황”이라며,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납품단가 현실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납품단가 문제는 가장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임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새 정부에서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납품단가 미반영으로....
해당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원자재값 급등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등의 납품단가 미반영으로 인한 현장 피해사례도 발표했다.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한 중소기업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구매팀의 카르텔 형성으로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의 납품업체에서 배제됐다.
또한 거래처(본사) 예산에 맞춰 입찰과 업체 선정이 이뤄졌기에 납품단가를 올려줄 예산이 없고, 거래처에서도 시행사가 계약금액을 올려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품 원가 상승에 따른 단가 인상을 요구했으나, 담당자 변경·검토 기간 등의 다양한 사유를 들어 단가 인상 요구를 지연시키고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단가 인상을 요구하면 거래업체를 변경하거나 거래를 중단시켜 단가 인상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게 중소기업계 주장이다.
이 밖에도 건설사 자체 기준에 의해 작성된 계약서에는 ‘원자재 가격 변동에도 자재비 인상은 없다’ 또는 ‘발주처로부터 받으면 지급한다’ 등 불합리한 조건들이 많아 납품단가 제값 받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중소기업계는 설명했다.
이에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신진화스너공업 대표)은 “원자재 공급 대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파스너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자재 공급 대기업이 가격 인상 계획을 미리 알려줘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협의 시 반영할 수 있게 한다거나 사전에 충분한 재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생을 위해 업종별 중소기업 단체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대원씨엠씨 대표)은 “건설사와 계약기간은 1~3년으로 장기계약인데, 창호·커튼월 프레임의 주 소재인 알루미늄 가격 등이 1년 새 2배가량 폭등해 엄청난 손실을 떠앉고 있다”고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더불어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국민레미콘 대표)은 “시멘트, 골재 등 재료비, 유류비, 운반비 모두 급격히 올라 중소레미콘 업계는 구매 건설사 사이에 끼여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멘트 대기업은 유연탄가 상승을 이유로 19% 추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 압력까지 행사하고 있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강성진 청송건설 대표는 “건설자재비가 치솟고 있어 건설사들에 계약금액 증액을 계속적으로 요구해도 미반영 되고 있고, 이처럼 인상분이 반영이 안 되면 현장 셧다운이나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