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기준금리 또 올린 한국은행, 어디까지 오를까

2023-04-15     전수용 기자
14일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p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포함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준금리, 1.25%→1.50%

한은 금통위는 지난 14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에서 1.50%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당초 금통위 의장을 겸하는 한은 총재의 사상 첫 공석이 발생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치솟는 등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큰 폭 상승,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 확대 등으로 4%대 초반으로 크게 높아졌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2%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올해 상승률이 2월 전망치(3.1%)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가속됐다. 국제 금융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원·달러 확률은 큰 폭으로 상승하며 미 달러화 강세를 보였고, 주가는 상당 폭 하락했다가 반등했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방역조치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 전개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금통위 측은 전망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0.25%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으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미 FOMC ‘빅스텝’ 예고

우리나라의 한은 금통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포함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야 적정선인지에 대해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분석을 통해 올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가 2.33%로 추정되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동조할 경우에 국내 기준금리는 2.86%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연은 원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국내 기준금리 인상폭은 이보다 낮아질 수 주2)있으므로,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 원화가치 안정에 주력하는 한편, 일자리 확대 등 가계의 금리인상 방어력 확충에도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 올해 적정 기준금리 2.33%, 추가인상 1.95%p 필요

한경연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3월 금리인상에 이어 5월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른 반면 고용 등 실물경제 펀터멘털은 견고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3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5%로 1981년 12월 8.9% 이후 4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3월 실업율은 3.6%로 낮아졌고, 작년 4/4분기 GDP 성장률도 7.0%로 견조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통화량(M1) 등 경제변수로 미국 기준금리를 설명하는 모형을 설정한 후,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추정한 결과, 미국의 올해 적정 기준금리는 2.33%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4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0.375%(0.25%~0.5%)이므로, 적정 기준금리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1.95%p 인상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만큼, 최소 적정수준이 될 때까지는 인상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발맞춘다면, 한국 적정 기준금리 2.86%

한경연은 2002년 1월∼2022년 2월의 월별자료를 이용하여 추정한 한미간의 적정 기준금리 차이는 최소 0.53%p로 추정주3)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이러한 추정치에 기초하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기준금리를 적정수준인 2.33%까지 인상할 경우,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인상 폭을 산출했다. 우선, 원화 환율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가정 하에(기대환율 절하율 0%), 미국의 기준금리가 2.33%가 되고, 한국의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1.25%가 유지될 경우,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1.08%p)로 벌어져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적정 기준금리 차이인 0.53%p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1.61%p를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는 현재의 1.25%에서 1.61%p 인상된 2.86%로 예상된다.
한국

기준금리 1.61%p 인상시 가구당 연이자 345만원 늘어

한경연은 우리나라 가계대출 금리를 한국 기준금리로 설명하게 하는 모형을 추정하고, 한국 기준금리가 기대환율을 감안한 적정 한미 기준금리차 유지를 위해 최소 필요한 금리 인상폭인 1.61%p(1.25%(4.13일 현재)→2.86%)만큼 인상될 경우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을 계산했다. 계산결과,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61%p만큼 올라가면 가계대출 금리는 1.90%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40.3조 원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비율(57.4%,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1년))과 전체가구 수(20.3백만 가구, 통계청 추정(‘20년)) 등을 이용하면,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당 이자부담은 345만원씩 늘어나게 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예고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 만큼, 민간 일자리 확대를 통해 가계 등 민간의 취약한 금융방어력을 제고하고 금리 인상 폭도 최소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인상폭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가장 중요하지만, 원화가치의 안정도 긴요주7)하므로, 정부는 기업경쟁력 제고, 원자재 수급 안정 등으로 무역수지를 흑자 전환하고, 외환시장 안정 노력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