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만든 암보니아 사건

2023-04-19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암보니아 사건은 1623년 네덜란드령 동인도(현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의 암본섬에 있는 영국 사무소에 네덜란드가 습격해 사무소 직원들을 모두 살해한 사건이다. 암본 사건 또는 암보니아 사건으로 불린다. 영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동남아에서의 패권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고, 오늘날 산업혁명을 일으킨 원동력이 됐다. 반면 네덜란드는 동남아의 패권을 쥐게 됐지만 그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당시에는 네덜란드가 동남아 패권을 장악하는 큰 사건이었지만 먼훗날에는 네덜란드에게는 안타까운 사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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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일본과의 무역 독점

해당 사건은 향신료 무역을 둘러싸고 영국 동인도 회사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간의 경쟁이었다. 암본섬은 향신료를 생산하는 섬이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향신료가 비싸게 거래됐기 때문에 암본섬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유럽 나라가 많았다. 1512년 포르투칼이 최초로 진출하면서 포르투칼이 독점했지만 1599년 네덜란드가 진출했다. 영국은 1615년 늦게 진출을 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처음에는 네덜란드와 사이 좋게 지내면서 향신료 거래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향신료 거래를 독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1623년 암보니아 사건이 일어났다. 영국 동인도 회사 직원들이 모두 살해된 사건으로 영국 동인도 회사는 동남아에서 철수를 해야 했다. 그리고 동남아는 네덜란드가 지배권을 강화했다. 이에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향신료와 일본에서 생산되는 은을 유럽으로 가져가게 됐고, 그로 인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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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돌파구 마련해야 하는 영국

영국으로서는 동남아에서의 교역권을 네덜란드에 넘겨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당초 향신료는 인도에서 생산해서 유럽에 거래를 해왔지만 인도에서 생산하는 향신료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향신료의 품질이 더 좋기 때문에 유럽 사람들은 인도에서의 관심이 점차 떨어졌다. 영국은 그것을 간파하고 인도로 진출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면직류 때문이다. 인도에서 면화가 생산되고, 그것으로 면직물을 만들었다. 이 면직물이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게 됐다. 당시 유럽은 모직물 즉 양털을 이용해서 천을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색깔이나 품질이 상당히 떨어졌다. 그런데 인도에서 생산한 면직물은 그 품질이나 색깔이 모직물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다. 이에 영국은 인도에서 면직물을 수입해서 유럽에 팔았다. 그렇게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생산하는 면직물을 영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을 원했다. 그러나 영국 사람들보다 인도사람들의 손기술이 더욱 발달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인도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던 영국 사람들은 결국 대량생산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산업혁명이 이뤄지면서 기계를 통해 면직물이 생산되게 됐고, 인도의 수제 면제품에 비해 가격이 엄청 쌌고, 품질 역시 비등했다. 그러다보니 영국은 인도에서 면화를 수입해서 면직물을 제조해서 다시 인도로 팔게 됐다. 문제는 과거와 같은 방식 즉 영국 동인도 회사를 통해 면화를 수입하는 것보다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어 직접 관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동인도 회사를 해산하고 결국 인도를 식민지화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은 계속해서 전세계로 진출했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 만약 암보니아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고, 영국이 동남아 교역권을 네덜란드와 나눠 가졌다면 영국보다도 네덜란드가 최강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