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계곡 살인사건’의 숨은 공신 ‘SIU’를 아시나요

2023-04-19     전수용 기자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경기 가평군에서 발생한 ‘용소계곡 살인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6월 가평 용소계곡에서 30대 여성 이은해(31)는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던 남편 A씨에게 억지로 다이빙을 하게 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30)를 공개 수배했고, 이들은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에서 검거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 내 보험사기 전담조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사건의 최초 수사를 맡은 경찰서는 변사로 보고 내사종결한 반면 보험사는 사기를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지연·거부했기 때문이다.

묻힐 뻔한 사건, SIU가 밝혀내

이은해는 결혼 후인 2017년 남편 A씨를 피보험자로 하고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종신보험을 비롯해 생명보험사 4개, 손해보험사 2개의 보험상품을 가입했다. 종신보험 보험료만 월 70만원, 남편 A씨가 사망했을 때 받게 되는 보험금만 자그마치 8억이었다. 당시 남편 A씨는 “배가 고프다. 만원만 입금해 줘”라고 아내에게 하소연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A씨의 사망시점은 생명보험 실효일 만료 불과 4시간 전이었다. 보험계약의 경우 2개월 연속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도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실효 상태가 된다. 이은해가 보험료를 연체하다 실효일이 다가오기 전날 밤 고의 사고로 의심되는 남편 익사사고가 일어났다. 이 과정의 문제점을 밝히고 경찰에 수사의뢰한 곳은 생보사 보험사기조사팀(SIU, Special Investigation Unit)이다. 보험사 SIU의 전문성이 자칫 묻힐 수 있었던 보험범죄 살인사건을 밝혀낸 것이다.

전담조직 갈수록 커져

갈수록 보험사기 범죄가 지능화·조직화하면서 전담조직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손해보험사 SIU 조직에서 보험금 청구내역의 보험사기 연루 여부를 조사하는 인력은 총 344명이다. 생명보험사는 200∼250명으로 추산된다. 주요 손보사는 적게는 40여명에서 많게는 60여명 가까운 인원을 SIU에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생명 58명 ▲현대해상 53명 ▲DB손해보험 53명 ▲KB손해보험 44명 ▲한화손해보험 40명 등이다. 생보사는 ▲삼성생명 50명 ▲한화생명 40명 ▲교보생명 29명 ▲신한라이프 16명 ▲미래에셋생명 8명 등이다. SIU의 중심 인력은 검경에서 직접수사를 맡은 전문 조사요원들이다.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중소형 보험사기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손보사는 SIU 인력 50% 이상을 검경 출신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아울러 간호사 등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료인 출신 의료분석 요원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기 가능성을 분석하는 전문요원들도 주요 구성원이다.
출처=픽사베이

첨단 기술력 적극 도입

최근 들어 보험사들은 데이터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자체 기술력을 도입, 보험사기 여부를 예방하고 적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삼성화재 ‘모럴징후분석시스템(IFDS)’ ▲삼성생명 ‘부당청구 방지시스템’ ▲현대해상 ‘Hi-FDS’ ▲DB손해보험 ‘DB T-시스템’ ▲메리츠화재 ‘M-FARS’ ▲한화생명 ‘금융사고 예방 경고(Alert) 시스템’ ▲KB손해보험 ‘K-FDS’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결국 대다수 선량한 계약자의 보험료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서 “고객 보호 차원에서라도 SIU 인원을 확대하는 등 적발과 예방을 위한 업무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근절 위한 제도적 개선 선행돼야

보험은 근본적으로 사행성 계약이다. 보험사에 납부하는 보험료보다 보험사고로 얻게 되는 보험금의 규모가 훨씬 크다. 복권과도 같은 원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미온적인 징벌경향을 개선할 필요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힘들게 적발하더라도 보험사기 기소율이 10%도 되지 않아 가벼운 절도보다 처벌수위가 낮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국회에서는 ‘보험사기 정부합동대책반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경찰청장이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설치 운영 적극적으로 보험사기를 방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윤관석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보험사기 증가에 따라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상승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보험사기 범정부대책기구 신설을 통해 관련 기관의 총력 대응을 이끌어낸다면 현행법으로는 근절이 어려운 보험사기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