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영국의 면직물 산업 그리고 산업혁명

2023-04-20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영국은 대대적으로 모직물 즉 양털에서 실을 뽑아서 천을 만들고 옷을 만들었다. 모직물의 단점은 물에 젖으면 줄어들었고, 색깔도 예쁘지 않았다. 또한 영국에는 목화 재배도 되지 않았고, 목화로부터 실을 뽑아내는 기술도 없었으며, 면직물을 만들지 못했다. 반면 인도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목화에서 일찌감치 실을 뽑아내고, 그것을 갖고 옷감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목화를 갖고 옷감을 만들었는데 ‘무명’이 바로 그것이다. 면직물의 강점은 물에도 강하고, 색깔을 다양하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다양한 패션을 만들 수 있었다. 영국은 동인도 회사를 통해 인도로 진출을 하면서 면직물을 접할 수 있었다. 모직물만 입었던 영국으로서는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인도로부터 면직물을 수입해서 다양한 옷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패션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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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와의 패권 전쟁 패한 영국

영국과 네덜란드는 동인도 회사를 만들면서 향신료 무역에 집중을 했다. 하지만 영국 동인도 회사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패권을 따라잡지 못했다. 워낙 막강한 해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가 스페인과의 독립전쟁을 하면서 대서양 제해권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동남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반면 후발주자였던 영국은 인도산 향신료보다 동남아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향신료가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고, 엄청난 가격에 거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인도네시아로 진출을 하려고 했지만 네덜란드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할 수 없이 인도산 향신료를 유럽에 판매해야 했는데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파는 인도네시아산 향신료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에 영국 동인도 회사가 주목한 것이 바로 인도산 면직물이었다. 초반에는 인도산 면직물이 영국 귀족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너무 화려한 문양이 오히려 영국 귀족들에게는 ‘천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직물에 비해 세탁이 워낙 수월하고, 가볍기까지 하면서 영국 귀족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인도산 면직물이 영국에서 대유행을 했다.

무역 적자 발생

그로 인해 영국의 모직물 산업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미 영국은 모직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기 위해 분업화가 이뤄졌다. 양을 기르는 농장주, 양털에서 실을 뽑는 노동자, 실에서 모직물을 만들어내는 공장 등의 형태가 나타났었다. 그런데 면직물이 수입하면서 모직물 산업은 급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면직물 수입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인도의 면직물에 맞설 영국산 면직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18세기초 영국의 최대 숙제였다. 그러지 않으면 무역 수지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인도 회사가 인도산 면직물을 수입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지만 영국은 가난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동인도 회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도를 직접 식민지배하기로 했다. 그리고 목수인 하그리브스는 면화에서 실을 뽑는 기계인 방적기를 발명했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과연 어디서 찾아야 하냐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리고 결국 증기기관의 발명까지 이뤄낸 것이다. 영국 정부 역시 면직물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인도산 면직물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대량생산 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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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역전된 상황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영국은 기계를 통해 면직물을 대량으로 생산했다. 대량으로 생산했다는 것은 면직물의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사람들은 더 이상 인도산 면직물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됐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영국산 면직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 정부는 영국산 면직물은 인도 시장에 대량으로 풀었다. 인도산 면직물은 수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면직물 하나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동력과 시간이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영국산 면직물은 기계를 통해 생산을 하기 때문에 물량 면에서 인도와의 경쟁이 될 수 없었다. 결국 인도는 면직물 산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그렇게 인도를 점령해나갔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인도와의 무역 수지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었고, 그렇게 부강한 나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