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인터넷은행, 중금리 대출 늘린다는 약속 무색
2023-04-22 전수용 기자
고신용자 위주 대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배진교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액보다 고신용자 대출 증가분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카카오뱅크가 중고신용자(KCB 기준 801점~1000점, 1등급~4등급 초반)에게 빌려준 가계대출(주택담보‧신용) 잔액은 지난해 6월 기준 20조761억원에서 같은 해 12월 기준 21조1975억원으로 6개월 사이 1조1214억원 증가했다. 반면 중‧저신용자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조465억원에서 4조660억원으로 1조195억원 느는데 그쳤다.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들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1000억원 넘게 더 많은 셈이다. 중저신용자(KCB 기준 1점~800점) 대상 가계대출 계좌 수는 같은 기간 42만4750좌에서 61만632좌(지난해 12월)로 18만5882좌 늘었다. 고신용자 대상 대출 계좌 증가보다 중저신용자 계좌수 증가 폭이 더 컸지만 대출 계좌 비중은 중고신용자가 69%(2021년 12월 기준)로 중저신용자 비중(31%)의 두배를 훌쩍 넘겼다. 케이뱅크의 경우 중고신용자(KCB 기준 801점~1000점, 1등급~4등급 초반)에게 빌려준 가계대출(주택담보‧신용)의 계좌 수는 지난해 6월 20만8533좌로 같은 해 12월(27만6123좌)보다 6만7590좌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저신용자(KCB 기준 1점~800점) 대상 가계대출 계좌 수는 4만9933좌에서 7만4843좌로 2만4910좌 늘어나는데 그쳤다. 중고‧고신용자 가계대출 계좌 수 증가가 중‧저신용자들 계좌 증가 규모의 약 3배에 달한다. 가계대출 잔액을 보면 중고‧고신용자는 지난해 6월 4조5592억원에서 같은 해 12월 6조1940억원으로 6개월 사이 1조6348억원나 늘었다. 반면 중‧저신용자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5256억원에서 8936억원으로 3680억원 증가에 불과했다.주요 시중은행과 차이 없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기업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중고‧고신용자 대상 가계대출 잔액 비중(88%, 2021년 12월 기준)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출범 5년 차인 케이뱅크는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로 경쟁력 있는 중금리와 이자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뿐만 아니라 윤호영 카뱅 대표도 지난해 2월 신년사에서 ▲지속적인 신용평가 모형(CSS) 고도화 ▲대안 정보 활용범위 확대 ▲중저신용자‧금융 이력 부족(신파일러·thin filer) 대상 대출공급 확대 등을 통해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이 무색한 결과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자 카뱅은 지난 연말 중금리대출 목표치 달성을 위해 전·월세 대출을 제외한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하는 등 초강수를 썼지만 실상은 변죽만 울린 셈이다. 배진교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중금리 시장을 책임지겠다던 도입취지가 무색하다”며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중금리대출을 내놓으면서 중금리대출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이어 “중금리대출 활성화라는 정책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일정 비율을 강제하거나 일반은행으로의 전환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