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우리 민족의 소고기 사랑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지원금(방역지원금) 지급 방식을 일괄에서 차등으로 선회하면서 ‘여유 있는 소상공인이 지원을 받아 소고기를 사서 먹었다’고 발언을 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돈(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가) 국고를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다”며 “그러다 보니까 어느 정도 형편이 괜찮으신 분은 돈을 받으면 소고기를 사서 드셨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책이 차등방식으로 선회하면서 소상공인들 중 일부가 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사먹는 소비행태가 나타난 것을 지적한 것으로 읽혀진다.
때문에 일부 소상공인들은 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사먹는 것 자체를 비판해서는 안된다면서 안 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별난 소고기 사랑
사실 우리나라 사람의 소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소는 농사와 물자의 운반에 필요한 노동력이기 때문에 삼국시대부터 소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시했다. 소고기는 소가 죽어야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만 보면 우리나라의 소고기 사랑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조선 후기 문인 유만공은 “명절이 다가오니 도처에 다리 부러진 소가 많다”고 기록했다.
소의 다리가 부러지면 노동력 제공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도축을 허용했다. 즉, 백성들이 소를 잡아 먹고, 다리가 부러진 소를 잡았다고 관청에 허위 보고를 한 것이다.
조선 왕실은 소고기 금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잡아먹으니 양고기를 보급하기로 했지만 우리나라 기후에 맞지 않아서 사육을 하는데 실패를 했다.
조선 왕실은 소고기를 금지시키기 위해 돼지고기를 장려했지만 역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1417년 5월 8일 조선왕조실록 기록에는 조선 사신단이 명나라에 도착했는데 황제가 내시에게 조선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소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라고 했다.
세종 때인 1443년 3월 4일 세종실록에는 세종대왕이 신하들에게 돼지고기를 먹자고 제안을 했지만 신하들은 거절했다.
이밥에 고깃국
사실 고려는 불교의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식을 공식적으로 금했다. 그런데 1392년 조선이 건국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교국가가 들어서면서 육식 금지가 풀렸다.
공식적으로 육식이 허가가 되면서 이른바 ‘이밥에 고깃국’이 탄생하게 됐다. 즉, ‘이씨 조선’의 밥과 이씨 조선의 고깃국이라는 말이다. 이는 토지개혁을 한 이성계가 준 밥이고, 육식을 허용한 이성계가 준 고깃국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난로회가 흔했다. 음력 10월 초하룻날에 한양 사대부들이 화로 안에 숯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는 모임을 난로회라고 불렀다.
결국 겉으로는 소고기를 금지했지만 워낙 소고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다 보니 소고기 문화가 다양하게 발생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