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폭탄주에서 테슬라·테진아까지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폭탄주하면 맥주잔에 맥주와 위스키를 합친 것을 말하지만 요즘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것을 말한다.
사실 폭탄주는 전세계에 유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폭탄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대한 착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소맥의 역사는 언론인들의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그 아픈 역사에서 출발한 소맥의 역사는 이제 대중화를 넘어 글로벌화가 되고 있다.
산업혁명 계기로
영국 산업혁명 당시 bar에 간 노동자들은 싼값에 빨리 취하기 위해 위스키와 맥주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폭탄주의 기원은 아니다.
러시아에도 추위를 이기기 위해 보드카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 즉, 폭탄주가 어느 특정 한 나라의 독특한 음주 문화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폭탄주로 섞어 마시는 것이 빨리 취하는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위스키나 보드카 모두 그냥 마시기에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대량으로 마시기 위해 맥주와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위스키를 한번에 털어 마시기에는 도수가 너무 높다. 그리고 많은 양을 마실 수도 없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도수가 낮은 맥주와 섞어 마시는 것이 폭탄주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폭탄주는 박희태가 원조?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폭탄주 문화는 있었다. 1837년 문헌 ‘양주방’에는 막걸리 한 사발에 증류식 소주 한 잔을 부어서 마셨다. 이를 ‘혼돈주(混沌酒)’라고 불렀다. 혼돈주는 일제강점기 때 막걸리와 기린 맥주를 섞어 마시는 문화가 됐다.
다만 1983년 춘천시에서 박희태 검사장(전직 국회의장)이 참가했던 ‘춘천지역 기관장 술모임’이 위스키와 맥주를 섞어 마신 폭탄주가 최초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에 대한 진실 여부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군대에서 맥주컵에 양주를 따라 마시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시면 몸이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부드럽게 마시게 만든 것이 바로 폭탄주였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첨가되면서 독특한 음주 문화가 형성됐고, 그것이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됐다.
소맥은 언론통폐합 때문에?
소맥은 비싼 양주를 찾을 수 없는 서민들이 만든 폭탄주이다. 그런데 소맥의 원조 논란이 있기는 하다.
1980년 언론통폐합 당시 폐지된 언론사의 언론인들이 소맥을 만들어 ‘통폐합주’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소맥의 기원이라는 이야기가 중론이다.
당시 어차피 없어질 직장이니 임원실에 숨겨놨던 양주를 따서 근무 중에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양주를 구하기 쉽지 않으면서 구하기 쉽고 싼 소주로 대체하면서 소맥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언론사 기자들이 소맥을 즐겨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다른 직장인들에게도 전파되면서 소맥은 직장인들의 문화로 정착하게 된다.
소맥은 1980년대와 90년대 경제성장을 하면서 이른바 회식문화가 직장에 자리를 잡으면서 함께 자리를 잡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은 소맥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직장인들은 월급봉투가 두둑이 들어오면서 소맥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중문화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맥 문화라는 것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것은 2010년대 들어와서는 글로벌화하게 됐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소맥 문화가 나왔는데 오십세주, 태백산맥 등등의 소맥 문화가 나타났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각 주류 회사의 대표 주종과 합쳐지면서 이색적인 폭탄주 문화가 나오게 됐는데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와 처음처럼이 합쳐져서 ‘구름처럼’이, 하이트진로에서는 테슬라(테라+참이슬) 혹은 테진아(테라+진로) 등이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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