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시장 상황 좋지 않은데...뜨거운 감자 ‘공매도’

2023-05-03     전수용 기자
뜨거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지난 2년간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증시는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백신접종률과 백신치료약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증시는 시들시들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싸늘함마저 느껴지고 있다. 이같은 상반된 모습에는 공매도라는 ‘뜨거운 감자’가 놓여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상환해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지난해 5월 공매도가 제한적으로 재개된 지 만 1년도 안 돼 공매도 거래대금이 단일 분기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에 육박했다. 금융당국도 공매도 ‘전면 재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개미(개인투자자)들은 가뜩이나 흔들리는 증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결사반대하고 있어 금융당국과 투자자들 간 진통이 예상된다.

재개 1년, 공매도 거래액 급증

정부는 지난해 5월 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종목에 한정해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 초 얼어붙은 증시를 안정시키고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부분 재개되면서 분기당 공매도 거래대금은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공매도 거래대금은 29조9549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5월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 거래대금이던 16조3842억원과 비교하면 약 2배 수준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올해 1분기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077억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공매도 부분 재개 후 기록한 일평균 거래대금인 4279억원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18.6% 급증했다. 그동안 분기별 흐름을 살펴봐도 공매도 재개 이후 거래대금은 지속적인 증가세에 놓여 있다. 전체 거래대금과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1년 3분기 각각 25조3026억원과 4081억원, 4분기에는 26조262억원과 4131억원이었다.

공매도 급증의 두 축 ‘기관·외국인’

이처럼 공매도 규모가 증가한 원인은 세계 경제 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가 하락을 예상한 기관 투자자들과 외국인이 대거 몰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이 포함된 코스피200 지수는 올 1분기 들어 7.55%, 코스닥150 지수는 같은 기간 12.43% 하락했다. 4월 말 기준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5639억원으로 올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보다도 늘었다. 지난달 19일에는 코스피 공매도 잔액이 12조446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5월 3일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공매도 완전 재개의 열쇠는 새 정부가 쥐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긴축 기조 등으로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를 밀어붙일 경우 개미들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로 차기 정부에 공매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제안센터는 대국민 온라인 정책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 정부에 국민이 직접 제안한 정책 2위에 '공매도 요건 개선'이 올랐다고 지난달 27일 밝힌 바 있다. 공매도 요건 개선은 20개 제안 가운데 1만94건의 추천(27%)을 받았다. 표심의 3분의 1 정도가 공매도 제도 개선에 몰린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본인도 대선 후보 시절 공매도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개미들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편입의 전제 조건인 공매도를 포기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개인과의 형평성 문제해결 ‘관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주인공은 기관과 외국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은 일부 손질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을 불식시키기에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실제로 당국은 지난해 부분 재개 이후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제도를 일부 손봤다. 개인 대주(주식대여)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 주식 차입 기간을 60일에서 90일+α로 늘렸다. 또 개인 대주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 19개사의 개인대주서비스를 신용융자를 취급하는 28개 증권사 모두로 확대했다. 이같은 노력에 총 공매도 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0.8% ▲2019년 1.1% ▲공매도 부분재개 이전 2020년 1~3월 1.2%에서 현재 2% 안팎으로 늘었다. 2일 기준 개인들이 공매도를 하기 위한 신용거래대주 금액도 608억원으로 지난해 연말(514억원)보다 18.3% 증가했다. 그렇지만 시장은 공매도 전체 98%를 차지하는 외국인·기관과 개인간의 형평성 문제 해결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는 외국인·기관도 개인같이 공매도 거래를 불편하게 만들어 공매도 거래를 줄여달란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개인 요구에 ‘초점’

정부도 이 같은 요구 사항을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조건을 비슷하게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개인의 공매도 상환 기간과 담보 비율을 외국인·기관과 동일하게 낮춰달라는 것. 사실상 개인이 90일 만기가 다 차도 주식 대여물량이 소진되지 않았다면 무기한 추가 연장이 가능하지만 기간을 무한정 가져갈 수 있는 외국인·기관과 차별을 없애달란 주장이다. 아울러 현재 개인의 공매도 적용 담보비율 140%와 외국인·기관 담보비율 105%도 같게 만들어달란 것이다. 개인 담보비율을 낮추는 문제는 새 정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용도가 다른 기관·외국인과 개인을 무조건 동일선 상에 놓을 순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도에서 격차가 있는 두 주체 모두에게 동일한 통제 수단을 적용하는 건 리스크 관리에 힘들 수 있다”면서 “개인 담보비율을 지금보다 낮은 수준인 130% 정도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은 고민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시장 상황이 안 좋고 공매도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6월을 전후로 시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