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젠틀맨

2022-05-04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미국 정부가 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때 ‘세컨드 젠틀맨’(Second Gentleman)을 축하 사절로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컨드 젠틀맨은 미국 권력 서열 2인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를 지칭하는 말이다. 사절단에는 이밖에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 아미 베라 하원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컨드 젠틀맨은 더글러스 엠호프를 지칭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로 이야기하면 부군(夫君), 즉, 남의 남편을 높여 부르는 칭호 정도이다.

퍼스트 레이디는 대통령의 부인 즉 영부인을 지칭하지만 세컨드 젠틀맨은 부통령의 남편을 의미한다. 세컨드가 결국 미국 권력 서열 2번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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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은 ‘젠트리’ 계급에서

세컨드 젠틀맨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젠틀맨 즉 신사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젠틀맨은 ‘젠트리’라는 계급의 사람을 의미한다.

영국은 계급사회이다. 왕족이 있고, 귀족이 있고, 요먼이라는 계급이 있다. 귀족과 요먼 사이에 낀 계급이 바로 젠트리이다.

젠트리 계층은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나타난 독특한 계급이다. 영국은 귀족을 장남이 세습한다. 다른 나라는 귀족의 자식은 모두 귀족이 되지만 영국은 장남만 귀족이 된다. 영국은 작위를 가져야만 귀족이 되고 그 작위는 장남만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남 이하의 후손은 평민이 된다.

‘주니어’라는 이름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작위를 받은 사람의 장남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차원에서 ‘주니어’라고 표현한 것이다.

작위가 없는 차남 이하의 후손들은 3대째가 되면 젠트리가 된다. 즉, 젠트리는 귀족도 아니지면 요먼도 아닌 중간 계급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귀족의 차남 후손들이 군대에 입대하거나 평민들과 생활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영국인들 눈에는 귀족의 차남 후손은 ‘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족의 차남 후손이라고 해도 어쨌든 평민도 아닌 신분이기 때문에 젠트리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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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 초기에는 귀족들로

영국 의회 초기에는 귀족들로 채워졌다. 이는 남작 이상의 작위를 받은 사람들이 영국 의회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상류층 계급이 영국을 운영하는 사회가 됐다. 그러나 흑사병과 백년전쟁을 거치면서 귀족사회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귀족을 세습할 장남이 부족해진 것이다. 남작의 작위를 받은 귀족은 한정돼있고, 그 남작 작위를 받을 장남은 흑사병이나 백년전쟁 등으로 사망을 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젠트리 계급의 사람들(젠틀맨)이 자연스럽게 영국 의회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두 명 정도에 그쳤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숫자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젠트리 계급 사람들 즉 젠틀맨은 초창기에는 토지를 바탕으로 경제력을 과시했지만 상업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상업으로의 진출도 늘어나게 됐다. 어차피 귀족이 되지 못하는 계급이기 때문에 지주(地主) 노릇을 했지만 상업이 발달하면서 상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상업 젠트리 계급도 출현을 하게 됐다.

산업혁명을 통해서는 자본가 젠트리도 출현하게 되면서 젠트리 계급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됐다.

그러면서 젠트리는 영국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계급이 됐고, 귀족은 이제 상징적인 계급으로 남게 됐다.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고 불리게 된 것도 젠트리가 이제는 영국을 움직이는 실질적은 계급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고적으로 낙후된 동네에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개발이 되고 이로 인해 지대가 상승해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도 젠트리에서 나온 말이다. 영국 의회에서 귀족들의 권한이 축소되는 과정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