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심리적 지지선 ‘2600’이 무너졌다
2023-05-10 전수용 기자
코스피, 연중 최저치 가볍게 경신
이날 오전 오후 12시 50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 대비 20.95포인트(0.80%) 하락한 2589.86이다. 장중에는 한때 2% 이상 하락해 2553.01까지 떨어졌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진 26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 1월 28일 기록한 기존 연저점(2591.53)도 단숨에 뚫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는 2020년 11월 20일(장중 저가 2,538.68)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은 낙폭이 더 크다. 이날 오전 장중에 831.59까지 내리며 2020년 11월 13일(장중 저가 826.17)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전날 미국에 무슨 일이
인플레이션 압박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이어지면서 전날 미국증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폭락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도시 봉쇄 지속도 경기 둔화 우려를 부추겼다. 9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653.67포인트(1.99%) 하락한 32245.7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 대비 132.10포인트(3.20%) 떨어진 3991.24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 대비 521.41포인트(4.29%) 밀린 11,623.25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종가 기준 2021년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1년 만에 4000 아래로 떨어졌다. 지수는 1월 고점 대비로는 17%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52주래 최고치 대비 28% 하락해 약세장이 깊어졌다.예견된 결과?
이같은 미국 증시 급락세의 배경은 5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9일(현지시각) “50bp(1bp=0.01%) 금리인상만으로도 공격적이며 향후 2~3번의 50bp 인상 뒤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사태 진화성 발언을 했지만 장중 미국 증시의 낙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이 통제 밖 영역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이제 연준이 50bp 이상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한국 증시 역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와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 속에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투자심리의 위축이다. 심리적 지지선인 2600선이 무너지면서 투매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하락 요인들은 대부분 전일 이미 한국 증시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제한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종목별 장세 펼쳐질수도
미국 증시가 부진에도 불구하고 경기 방어주 중심으로 상승한 점 등을 고려해 종목별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고 해도 가격 전가력이 높은 종목군이자 경기 둔화에도 견고한 흐름을 보일 수 있는 종목군은 강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이를 감안해 한국 증시는 하락 출발 후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등을 기다리며 종목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소비자물가지수 등 지표가 좋게 나와도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1일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에 부합한다면 증시 변동성도 함께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매크로 여건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추세적인 반등을 도모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